/연합뉴스

(서울=포커스데일리) 이현석 기자 = 지난 가을 정국을 뒤흔들었던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 채용 논란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결과가 30일 나왔다.

결론적으로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 친인척 채용비리는 없었다는 것이 명확히 확인됐다. 이는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공사의 채용 논란은 지난 가을 자유한국당이 공사에 채용 비리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며 불거졌다.

국정조사까지 요구하며 국정감사 기간 내내 정쟁의 도구로 문제 삼고 이에 언론들이 앞 다퉈 기사를 쏟아내며 마치 채용 과정에 대단한 특혜와 비리 등이 있는 것처럼 논란이 확산됐다.

애초 공사의 친인척 채용 건이 문제가 되며 한국당이 줄 곳 공격의 빌미로 사용된 논리는 정규직화 된 인원 중 85%가 친인척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고용세습 의혹제기가 과장이라는 감사원 감사결과는 어느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잇따른 언론들의 의혹 제기는 앞서 언론중재위를 통해 사실 무근임이 밝혀진바 있다.

공사가 조선·중앙·동아일보와 TV조선 등의 채용비리 의혹보도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는데 언중위가 8건 중 4건이 정정보도, 3건이 반론보도 게재 결정을 내렸다.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동아일보 2018년 10월18일자 3면

한 예로 언중위는 지난해 12월 7일 서울교통공사노조의 동아일보·동아닷컴 제소 건에 대해 양 사 모두 손해배상금 300만원을 지급하고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결정했다. 

노조는 서울교통공사 채용 논란과 관련 지난 11월1일 총 11건 보도를 언중위에 제소했다.

이와 관련 언중위는 이 중 △조선일보 "'고용세습'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경영진 목까지 졸랐다"(10월17일 1면) △TV조선 "野 '통진당 출신이 교통공사 시위주도'…기획입사 의혹도 제기"(10월17일 '뉴스9') △조선일보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잔치' 정부·市·노조의 합작비리"(10월18일 사설) 등에 정정보도 결정을 내렸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지난해 10월 18~19일 주요 기사와 사설 헤드라인. /미디어오늘 캡쳐

한국당과 언론들의 무차별 공세는 마치 공사가 채용비리의 온상인 양 온 나라를 뒤흔들다시피 이어졌다. 

심지어 한국당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김성태 의원을 앞세워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서울시까지 밀고 들어와 정상적인 국감 진행마저 방해하기도 했다.

이는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내세워 박원순 시장을 흔들기 위한 정치공세로밖에 해석되질 않는다는 얘기다. 

다만 감사원은 공사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정책 시행방안 수립이 부적정하고 일반직 전환 업무도 부당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은 서울시장에게 지방공기업 인사업무를 부당 처리한 서울교통공사 사장에 대해 해임 등 적정한 조치를 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서울시는 위법성이 드러난 사안이 아닌 수용할 수 없는 감사결과에 대해서는 재심의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애초 정치적 공세와 이에 편승한 일부 언론들의 무차별 의혹제기에 서울시가 먼저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고 제기된 의혹이 상당부분 사실무근임이 밝혀진데 대해 공사 사장 해임 조치 등을 요구한 건 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29일 국감장에서는 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채용비리 의혹의 증거라고 주장한 전화녹취록에 대해서도 증인으로 나온 공사 직원은 유 의원 측이 공개했던 전화 녹취록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

해당 직원은 "서울교통공사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조사에서 문제가 됐던 11.2%는 전체 응답률이 아닌 응답자 중 사내 가족자의 응답 비율"이라고 분명히 했다.

당시 응답률이 11.2%냐 친인척으로 등록된 숫자가 전체 조사자 중 11.2%냐는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응답자의 11.2%가 친인척이라고 답한 것을 확대해 이를 기초로 전체인원의 85%가 친인척 이었다고 둔갑한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85%가 친인척 이었다고 주장한 왜곡된 사실이 언론들에 보도되며 마치 교통공사가 의혹을 은폐 축소하기 위해 급급했다는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해당 왜곡 사례는 <포커스데일리>가 지난해 10월24일 보도한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녹취록과 국감장에서 한국당 이은권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도 차이가 발견된바 있다.

<관련기사 http://www.ifocus.kr/news/articleView.html?idxno=135793 >

다만 이날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일반직 전환대상자 1285명 중 공사 내 친인척이 있는 직원은 당초 파악한 112명에서 80명이 추가된 192명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들에게서도 채용비리와 관련된 위법성은 드러나지 않아 친인척 채용비리는 없었다는 것이 명확해 진 셈이다.

감사원이 지적한 사례 중 하나는 공사 직원의 친인척 15명이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됐다는 것과 직원의 추천을 받은 친인척 46명을 면접 등 간이절차만 거쳐 기간제로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친인척 대상자 21명 중 채용면접 과정을 통해 15명만 채용되고 6명은 탈락되는 등 정당한 채용절차를 통해 공사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 반박 입장은 '단지 공사 직원의 친인척이라는 이유 자체가 불공정의 근거가 될 수 없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을 배제하는 건 헌법과 국가인권위법 등에 따라 차별 행위'라는 거다.

특히 감사원이 지적한 '구의역 김군 사망사고' 이후 들어논 15명에 대해 서울시는 "구의역 사고에 따른 직영 전환 계획 발표 이전에 민간 위탁사에 입사한 직원으로 직영 과정에서의 특혜 대상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공사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 이유는 2016년 구의역 스크린 도어사건 때문이었다. 

이후 발생했던 태안 화력발전소 고 김용균씨의 사건과 꼭 닮았던 스크린 도어 김군의 사건이다. 젊은 청년들이 유품으로 남기고 떠난 컵라면도 꼭 닮았다.
 
당시 위험의 외주화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화 하면서 안전망을 만든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사례는 오히려 지속돼야할 사회적 합의로도 보인다.

야당의 정치공세로 비롯된 채용비리 의혹이 마치 당시 사회적 논란이 됐던 정선 강원랜드의 무더기 채용비리 프레임으로 엮어 흠집 내려 했다면 이는 바로잡아야할 문제로 보인다.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노조는 채용비리 의혹과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감사결과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사필귀정"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감사원의 구색맞추기식 감사결과를 규탄한다. 보수언론과 일부 야당이 주장하는 고용세습, 불법채용 등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며 "결과는 참으로 참담하고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검찰에도 요구사항을 밝혔다. 노조는 "지난해 11월25일 김성태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 김용태 당시 사무총장, 김병준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윤영석 당시 수석대변인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과 모욕',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며 "10개월이 지나도록 관련수사 내용을 고소당사자인 노조에 알려주지 않고 있다. 수사회피, 늑장수사를 규탄하며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현석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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