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10월18일자 3면 <사진=미디어오늘>

(서울=포커스데일리) 이현석 기자 = 지난 가을 정국을 뒤흔들었던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 채용 논란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가 잇따라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제재 결정을 받았다.

언중위은 지난 7일 서울교통공사노조의 동아일보·동아닷컴 제소 건에 대해 양 사 모두 손해배상금 300만원을 지급하고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결정했다. 

언중위는 이날 해당 매체가 보도한 서울교통공사 정규직화 관련 보도가 왜곡됐다고 봤다.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제소한 왜곡보도 사건 중 최초 손해배상 결정이다.
 
언중위는 동아일보에 결정 확정 후 7일 이내 신문 3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14일 내 손해배상금 300만원을 지급하라 명했다. 

동아닷컴도 배상과 더불어 7일 내 홈페이지 사회면 상단에 정정보도를 48시간 게재한 후 상시 검색되도록 기사 DB에 보관하라고 통지받았다. 

언중위가 왜곡보도로 결정한 문제의 기사는 지난 10월18일 동아일보 3면에 난 "교통공사, 추가시험 난색… 박원순-노조위원장 면담뒤 상황 반전" 단독보도다. 

이 매체는 "정규직 전환시험 민노총 뜻대로"를 부제목으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시험을 두고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전원 합격 보장아니면 시험치를 수 없다'며 시험 전 문제와 범위를 알려달라 요구하면서 응시생 시험을 말렸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언중위는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전원 합격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시험문제와 범위를 알려달라고 한 사실이 없고, 응시생들에게 시험을 보지 말라고 말린 사실이 없어 이를 바로 잡는다"고 정정보도를 할 것을 동아일보에 명령했다. 

미디어 전문 매체인 미디어오늘은 지난 19일 '서울교통공사노조 정규직화 비리' 관련한 정정보도 결정은 이번이 4번째라고 보도했다.

노조는 서울교통공사 채용 논란과 관련 지난 11월1일 총 11건 보도를 언중위에 제소했다.

보도에 따르면 언중위는 이 중 지금까지 △조선일보 "'고용세습'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경영진 목까지 졸랐다"(10월17일 1면) △TV조선 "野 '통진당 출신이 교통공사 시위주도'…기획입사 의혹도 제기"(10월17일 '뉴스9') △조선일보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잔치' 정부·市·노조의 합작비리"(10월18일 사설) 등에 정정보도 결정을 내렸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멈춰선 안돼

서울교통공사의 채용 논란은 지난 가을 자유한국당이 서울교통공사에 채용 비리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며 불거졌다.

국정조사까지 요구하며 국정감사 기간 내내 정쟁의 도구로 문제 삼고 이에 언론들이 앞 다퉈 기사를 쏟아내며 마치 채용 과정에 대단한 특혜와 비리 등이 있는 것처럼 논란이 확산됐다.

애초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 건이 문제가 되며 한국당이 줄 곳 공격의 빌미로 사용된 논리는 정규직화 된 인원 중 85%가 친인척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0월29일 국회 종합감사장에서 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증인으로 신청했던 교통공사 직원은 유 의원 측이 공개했던 전화 녹취록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

해당 직원은 "서울교통공사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조사에서 문제가 됐던 11.2%는 전체 응답률이 아닌 응답자 중 사내 가족자의 응답 비율"이라고 분명히 했다.

응답률이 11.2%냐 친인척으로 등록된 숫자가 전체 조사자 중 11.2%냐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응답자의 11.2%가 친인척이라고 답한 것을 확대해 이를 기초로 전체인원의 85%가 친인척 이었다고 둔갑한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85%가 친인척 이었다고 주장한 왜곡된 사실이 언론들에 보도되며 마치 교통공사가 의혹을 은폐 축소하기 위해 급급했다는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해당 왜곡 사례는 <포커스데일리>가 지난 10월24일 보도한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녹취록과 국감장에서 한국당 이은권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도 차이가 발견된바 있다.

한국당 이은권 의원이 국감장에서 공개한 녹취록(좌) 및 언론공개 녹취록(우) 비교

<포커스데일리> 확인 결과 이 의원실이 유민봉 의원실로부터 협조 받아 공개한 녹취록 PPT자료에는 1만5000명 중에 몇 분이나 '그거'에 응답을 하신거에요"라고 질문한 후 이어진 공사 직원과의 대화는 "11.2%가 '등록'을 했고 방식은 자발적으로 등록을 권장한 것에 불과하군요"라며 대화가 마무리 됐다.

즉 해당 녹취록에서는 11.2%가 친인척으로 등록됐다는 점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당의 김용태 사무총장과 이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차이가 발견된 셈이다. 이는 두 가지 녹취록 중 하나가 조작됐다는 셈이다.

지난 11일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24세의 젊은 청년 김용균씨가 생을 마쳤다. 모두 아파하고 있는 이때, 앞서 한국당은 '비정규직이 정규직화 되면서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국정조사를 하자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서울교통공사에 채용 비리가 있다며 문제제기를 한 지 2달이 지났지만 그들은 제대로 밝혀 낸 것이 없다. 언론도 이에 조용하다.

서울교통공사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 이유는 2016년 구의역 스크린 도어사건 때문이었다. 

태안 화력발전소 고 김용균씨의 사건과 꼭 닮았던 스크린 도어 김군의 사건이다. 젊은 청년들이 유품으로 남기고 떠난 컵라면도 꼭 닮았다. 

당시 위험의 외주화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화 하면서 안전망을 만든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사례는 오히려 지속돼야할 사회적 합의로도 보인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는 지난 13일 사고 현장을 조사하며 확보한 故 김용균(24) 씨의 유품 사진을 공개했다.<사진제공=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유족과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구의역 참사와 태안 화력발전소 참사 모두 '하청노동자 1인 근무'에서 비롯됐다"며 "이 사고는 2년 전 구의역에서 홀로 승강장안전문을 고치다 사망한 구의역 참사와 판박이 사고"라고 지적한다.

예산과 인력을 빌미로 홀로 일할 수밖에 없었던 하청 노동자의 현실은 장소를 바꿔서 반복되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씨를 죽인 것은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하청업체로 떠넘긴 '위험의 외주화'라고 꼬집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 '위험의 비정규직화'라는 안타까운 현주소를 바라보며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이를 외면해선 안 되는 과제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현석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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