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저와 함께 일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에 대한 최근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사진=ytn뉴스 갈무리>

(서울=포커스데일리)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된 형국이다.

17일 이 전 대통령의 발표는 왠지 힘이 없어 보였다. 이전에 보여줬던 그만의 특유의 자신감도 보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보수 궤멸",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 외에 최근 잇달아 제기된 '특활비 수수' 나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에 대한 해명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 

내놓지 않은 게 아니라 못 내놨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알려진바에 의하면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성우 다스 전 사장과 같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지금 줄줄이 입을 열고 있다.

검찰이 측근들의 입을 통해 확보된 어떤 카드를 들고 있는지 패가 보이지 않아 섣불리 해명을 내놓지 못했을 거란 추측들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 전 대통령은 22년 전 타임머신을 타고 등장한 것 같았다. 이 전 대통령의 이날 발표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22년 전 전두환의 골목 성명을 보는 듯 했다고 한다. 

내용도 형식도 일종의 데자뷰와 같았다고 한다. 22년 전 전두환은 결국 검찰 출두에 이어 구속 수감이라는 절차를 밟았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하다. 자신에 대한 의혹에 "대한민국 근간 흔들려 참담"운운한다. 도발적인 언사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짜맞추기 수사로 괴롭히지 말고 나에게 책임물어라"면서 자신을 향한 수사를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상투적인 편가르기식 프레임인 '보수궤멸 정치공작'이란 낯설지 않은 단어들로 닥친 곤경을 벗어나 보겠다고 도리어 허언(虛言)에 가까운 궤변을 늘어놓았다는 평들도 이어진다.

이른바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이 전 대통령은 결론으로 "나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이제, 검찰이 불러 물으면 된다.

남기창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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