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전 의원의 다섯번째 감옥생활 당시의 장면.<사진=이재오페이스북 갈무리>

(서울=포커스데일리) "저는 김 뭐라는 사람, 그 사람 공개도 안 되고 어디로 간 줄도 모르고 검찰이 붙들고 한두 달 공작해서 했는지도 모르니까 지금 그 사람 말을 믿지 않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좌장이라 불리던 이재오 전 의원이 이 전 대통령 당시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던 김주성 실장을 두고 한 말이다.

이재오 전 의원은 지난 16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당시 국정원의 기획조정실장 김주성 전 실장이 대통령을 독대 요청해서 국정원 돈이 청와대로 이렇게 가면 사고가 날 수 있다라고 경고까지 한 걸로 지금 보도가 나오는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전 의원이 전혀 모르는 인물인 마냥 모르는 체하는 '김 뭐라는 사람'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은 어떤 인물인가. 

먼저, 국정원 기조실장 자리는 단지 국정원의 넘버투 정도가 아니라 국정원에서 원장 빼고는 유일하게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중책이고 차관급이다. 

원장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심복만 앉힌다. 국정원의 모든 돈을 쥐고 흔드는 직책이라 국정원장까지 견제할 수 있는 자리다.

실제로, 기조실장 김주성은 김성호 전 국정원장과 권력쟁탈전을 벌이다 사실상 상급자인 국정원장을 밀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두언 전 의원에 따르면 김 실장은 김성호 원장을 재임 중에 역사찰하기까지 했다. 그 후임이 원세훈 원장인데, 원세훈과 김주성은 원장과 기조실장으로 환상의 호흡으로 국정원을 정권공작원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까지 듣는다.

김 실장은 원래 이명박의 형 이른바 '상왕'으로 불리던 이상득 전 의원이 코오롱 사장 시절 발탁돼 그룹 부회장까지 지냈고, 다시 서울시장 시절 이 전 대통령에게 또 발탁돼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임명됐다. 

따지고 보면  이상득부터 이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심복 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인물이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 문제에 직접 개입돼 있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신이 직접 이 전 대통령을 독대해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자꾸 갖다 쓰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했는데, 그러고도 다시 돈을 요구해 상납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 뭐라는 사람"? 이 전 대통령의 좌장이라는 이재오 전 의원이 이 전 대통령의 오랜 라인이자 국정원 기조실장 자리를 2년 반이나 누렸던 김주성을 애써 모르는 체 답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을 비호할 말이 얼마나 없었으면, 한 꺼풀만 벗겨보면 알 수 있을 사실들일 텐데 아쉬운 대목이다.

이 전 의원이 개인적으로 부패하지는 않았는지 몰라도, 이 전 대통령을 이토록 억지스럽게까지 감싸는 모습이 왠지 씁쓸한 상황이다.

남기창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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