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데일리) 제7회 동시지방선거가 채 반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최초의 여성 광역단체장이 나올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여성 정치의 불모지다. 

집권여당의 당 대표가 여성이고 여성 대통령이 나온 적도 있지만, 20대 국회 여성 의원은 모두 50명에 그친다. 전체 300명의 6분의 1밖에 안되는 셈. 더구나 이 중 절반 가량(24명)이 비례대표 의원이다. 지역구에서 선출된 여성 의원은 26명에 불과하다. 지역구 전체 253석의 10% 수준인 셈이다. 

광역자치단체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995년 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이래 광역단체장이 100여명 가까이 나왔지만, 이중 여성이 선출된 적은 전무하다. 선출 뿐만 아니라 주요 정당의 공천을 받은 경우도 매우 드물다. 

주요 정당에서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를 낸 것은 채 5번이 안된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열린우리당 후보로 4회 지방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했고,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5회 지방선거 서울시장으로 출마했다. 자유한국당 계열에선 나경원 의원이 2011년 재보선 서울시장에 나온 것이 사실상 전부다. 이들은 모두 본선에서 패배했다. 

이번 지선에선 여성 광역단체장 배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율을 받으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을 경우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2017.10.19/뉴스1

먼저 서울시장이다. 박영선 의원이 최초 여성 광역단체장에 근접해 있다. 추미애 대표도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왔지만 본인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박 의원은 최근 '박영선, 서울을 걷다'라는 행사를 하며 서울시장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의원의 최대 난관은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다. 박원순 시장은 3선에 도전할 것이 확실시 된다. △3선 서울시장은 없었다는 점 △박원순 경남지사 차출설 등이 박영선 의원에겐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다. 민주당에서 광역단체장 여성 전략공천설도 새어 나오고 있다. 

본선 경쟁력도 상당하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해 12월19일부터 29일까지 조사,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영선 의원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3자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41.7%로 나타났는데 이는 황 전 총리(21.9%)와 안 대표(15.7%)를 합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다는 것은 박 의원의 강점이다. MBC 기자 출신으로 17대 국회에 입성한 이래 내리 4선(選)을 지낸 중량감 있는 인사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중요한 직책을 두루 거쳤다. 최순실 국정조사 특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친 바 있다. 

홍미영 부평구청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 멘토단 등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 인천광역시장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2017.12.13/뉴스1

인천에서도 여성 광역단체장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소속 홍미영 부평구청장이 주인공. 홍 청장은 지난 17대 총선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5회·6회 지방선거에서 부평구청장에 당선됐다. 

본선 경쟁력은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 박남춘 민주당 의원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민주당내 경쟁력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해 12월26일부터 28일까지 조사해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 청장은 민주당 후보 적합도에서 14.9%를 얻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남춘 의원(12.4%),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10.2%)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당·국민의당 후보와의 3자 가상대결에서 홍 청장은 40.4%의 지지를 얻어 유정복 현 인천시장(28.0%), 문병호 국민의당 전 의원(15.1%)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청장은 지방의회 의원이 국회의원이 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13일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한 그가 최초의 여성 광역단체장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 2016.5.17/뉴스1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물망에 오른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영입한 양 최고위원은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이다. 총선에선 광주 서구에 출마해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과 맞붙었지만 패배했다. 이번엔 광주시장이다. 

양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13일 "광주는 항상 변화의 중심에 있었고 내년 선거에서도 역사를 바꿀 것"이라면서 출마를 선언했다. 양 최고위원은 "여성이기 때문에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며 "내가 가진 경쟁력으로 다른 후보들과 겨루겠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이 난관이다. <전남매일>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해 12월30일부터 31일까지 조사,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 최고위원은 5.5%로 6번째에 자리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24.3%로 1위를 굳건히 한 가운데, 윤장현 광주시장(15.8%), 민형배 광산구청장(9.4%), 강기정 전 의원(8.9%) 등이 그보다 앞서 있다. 다만 '없음/모름/무응답'이 24.1%에 이르고 선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속단은 이르다. 

광주는 전통적으로 현 여권을 지지해 온 만큼 본선에 진출하게 될 경우 당선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67.5%로 나타났다. 경쟁상대인 국민의당은 15.8%에 불과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다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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