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과의 간담회를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는 10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홍 후보자는 편법 증여 등 논란에 휩싸이며 야당으로부터 후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2017.11.2/뉴스1

한국납세자연맹이 3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각종 의혹과 관련해 "조세회피 그 자체로서 결격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납세자연맹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조세회피를 그 사회가 어떻게 인식하는가 하는 사회적 규범과 도덕에 달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납세자연맹은 "홍 후보자의 부인이 딸에게 2억2000만원을 빌려주고 차용증을 작성한 것은 조세회피"라면서도 "현재 우리나라는 스웨덴과 같이 '세금을 잘 내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사회적 규범이 형성되지 않은 나라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금 도덕성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는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세금 도덕성이 낮은 나라에서는 결격사유가 안 될 수도 있다는 것.

납세자연맹은 "홍 후보자 자녀의 경우에는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힘들다. 누군가 증여세를 대납해야 한다"며 홍 후보자가 딸의 증여세를 대신 납부하려면, 증여세에 대한 증여세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부인과 딸 사이에 대출의 형태로 사실상 '증여'했다는 것이다.

납세자연맹은 "부모와 자식 간에 차용증을 작성한다는 아이디어는 일반인의 머리에서는 나오기 힘들다"며 "계약서에 세법이 정한 적정이자율이 기재된 것으로 봐 세무대리인의 컨설팅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납세자연맹은 홍 후보자가 실제로 세금을 덜 내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홍 후보자 부부가 당시 증여세를 대신 냈다면 3900만원의 추가 세금만 발생한다. 하지만 차용증을 작성했기 때문에 홍 후보자의 부인은 딸이 채무를 다 갚을 때까지 이자소득세 신고를 계속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납부할 이자소득세 총액이 3900만원보다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납세자연맹은 "차용증을 작성하는 방식이 부모가 증여세를 대납하는 방식보다 절세가 되는 방식이 아니"라며 "홍 후보자 측의 세무대리인이 세무컨설팅을 잘못해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납세자연맹은 "지금처럼 이자를 통장으로 받아서 현금으로 다시 딸에게 돌려준다면 국세청에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해 차용증 형식을 부인할 소지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납세자연맹은 홍 후보자의 '쪼개기 증여'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 세테크 교육에 가면 기본적인 절세방법으로 강의하는 내용"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납세자연맹은 "위법한 거래로 평가되지 않는 한 세금을 적게 내려는 새로운 거래방식 등은 납세의무자의 권리로서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문제는 현실에서 조세회피와 탈세의 구분이 쉽지 않고, 조세회피 여부는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납세자연맹은 "국민의 세금 도덕성이 낮은 것은 정부 탓"이라며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세법을 개정하고, 정부가 세금을 낭비하지 않고, 세무공무원의 부패를 방지하고 공권력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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