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핵심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왼쪽)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윤리위원회의 출당조치와 관련 홍준표 대표(오른쪽)에게 "홍 대표는 지금이라도 각성하고 대표직에서 사퇴하기를 바란다"고 반발하며 "홍 대표는 성완종 관련사건 검찰 수사과정에서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누구보다 홍 대표 본인이 잘 알 것이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23일 방미 일정 차 출국하기 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6년간 이 당을 농단했던 사람들이 쉽게 물러나겠나"라고 반문하며 "탄핵 때는 숨어있다가 자기 자신의 문제가 걸리니 이제서 나와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비겁하다"고도 언급했다. 2017.10.23/뉴스1

보수정당 전·현직 대표의 '폭로전'이 점입가경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서청원 전 대표의 얘기다. 홍 대표는 지난 2011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에 이어 당 대표로 재임 중이며, 친박계 맏형 격인 서 전 대표는 지난 2002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을 역임했다. 

이른바 '거물' 정치인들이다. 한국당 윤리위원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 '탈당권유' 결정을 내리자 이들은 서로 자신들의 '흑역사'를 들추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포문은 서청원 전 대표가 열었다. 서 전 대표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에 계류 중인 홍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언급했다. 서 전 대표는 "故 성완종 의원 관련 사건 검찰수사 과정에서 홍 대표가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며 "누구보다 홍 대표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로 정치권이 들썩였던 2015년 4월, 성완종 리스트에는 '홍준표 1억'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서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홍 대표가 당시 검찰수사 과정에서 여권의 실세였던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암시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서 전 대표는 집권 새누리당의 최고위원이었다. 

서 전 대표는 추후 '녹취록'을 공개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협조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홍 대표에게 물어보라"며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때에는 제가 증거를 대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즉각 반박에 나서며 또다른 폭로에 나섰다. 홍 대표의 반박은 이렇다. 그는 2015년 4월18일 서청원 의원에게 전화를 해 "내게 돈을 줬다는 윤모씨는 서 대표 사람 아니냐? 그런데 왜 나를 물고 들어가느냐? 자제시켜라"라고 했다고 한다. 검찰 수사와 관련한 '협조 요청'은 없었다는 얘기다. 

홍 대표는 "그 이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서 의원과 만난 일이나 전화 통화를 한 일이 단 한번도 없다"고 했다. 또 "서청원 의원 측근들이 찾아와 내가 그를 출당시키면 폭로할 듯이 협박하고 그 전화 녹취록이 있다고 하면서 검찰총장, 대법원장에게 진정서를 제출해 매장시키겠다고 하기도 했다"며 "협박만 하지 말고 녹취록이 있다면 공개해서 내가 회유를 했는지 아니면 거짓 증언하지 말라고 요구했는지 판단을 한번 받아보자"고 했다. 

홍 대표는 서 전 대표의 '수감생활'과 관련해 또다른 폭로를 하기도 했다. "거액의 정치자금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 있을 때 MB(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요구해 감형시켜 석방시켜 주고 사면해 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내게 적반하장으로 달려드는 것은 무슨 앙심이 남아서 인지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홍 대표가 거론한 것은 지난 2010년 광복절 특사인 것으로 보인다. 18대 총선 당시 친이계의 공천학살에 반발, 친박연대를 만들었던 서 전 대표는 2008년 8월 비례대표로 공천해주는 대가로 특별당비 3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2009년 7월 옥중단식으로 인한 건강악화를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받은 뒤 여러 차례 연장을 거듭해 2010년 8월15일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당시 홍 대표는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뒤 최고위원직을 맡고 있었다. 특사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이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했던 자신이 '힘을 썼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서청원 의원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홍 대표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만 짧게 언급했다. 

홍 대표는 서 전 대표를 '폐수'에, 자신을 '깨끗한 물'에 비유하며 "폐수를 깨끗한 물과 같이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2010년 사건 이후 홍 대표와 서 전 대표는 7년 이상 같은 당에 몸담아 왔다. 그 물이 그 물이라는 지적이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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