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표, 박지원 전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비상대책위원회-의원총회 연속회의를 마친 후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사과문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2017.7.31/뉴스1

다양한 정계 개편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가운데 18일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크다는 국민의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 결과를 받아 본 안철수 대표는 놀라움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는 그간 바른정당과의 통합설을 일축해왔다. 그러나 정책 연대에 있어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 대표는 지난 10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공동으로 주최한 선거제도 개편 토론회에 참석해 "선거제도에 대해 생각을 같이 하는 많은 의원들과 함께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호남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는 바른정당과 보폭을 맞추는 데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박지원 전 대표는 17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그분들(바른정당 자강파)이 국민의당으로 올 수도 없고, 국민의당이 그분들과 갈 수도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민주당과의 통합보다 시너지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바른정당과 합칠 경우 양당의 개별 지지도보다 6.5%p 상승한다. 특히 국민의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 지역에서도 6.2%p의 시너지가 생긴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반면 민주당과 합칠 경우, 국민의당과 민주당 각자의 지지도를 단순 합계한 것보다 오히려 1.1%p 떨어진다. 

안 대표는 지난 13일 정부여당과의 연정설에 대해 "장난질을 멈추라"며 이례적으로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당의 향후 진로를 두고 안 대표 측과 호남계 의원들 사이에 잡음이 새어나오는 중 여론조사 결과가 안 대표의 입장을 뒷받침하게 된 모양새다. 비공식적으로 실시됐음에도 빠르게 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도 이러한 이유로 추측된다.

안 대표가 조사 결과를 공개하자 박 전 대표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1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속 의원들의 국정감사가 비교적 호평받는 이 때 왜 불필요한 일로 당의 전열을 흐트러지게 하는가 이해하기 어렵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흘리는 것은 설사 좋은 안이더라도 지금은 아니다. 지도부의 신중한 접근을 바란다"고 밝혔다.

9명으로 알려진 바른정당 탈당파의 한국당 '투항'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당과 나머지 자강파의 통합이 성사된다면 의석 수는 50석을 넘기게 된다. '캐스팅 보터'로서의 영향력이 한층 커지는 셈이다. 여당의 구애 또한 간절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바른정당 전당대회가 다음달 13일로 예정된만큼 양당 사이의 통합은 불가능에 가깝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이 이끌고 있는 임시 지도부가 당의 존폐를 가르는 결정을 하기란 어렵다.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양당 간 정책 연대를 시작으로 연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후보 단일화 또한 이뤄질 수도 있다.

대표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은 지난 10일 선거개편 토론회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추구하는 원칙과 가치가 맞다면 협력할 준비가 언제든 돼 있다"며 "정책 이상의 정치적 통합은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저작권자 © 포커스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