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정책연구원·바른정책연구소·국민통합포럼 주최 '선거제도 개편의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 소개를 들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2017.10.10/뉴스1

제3지대를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과 만나 통합에 대한 바른정당 의원들의 뜻을 물어본 가운데, 저마다 계산기를 빠르게 두드리고 있는 형국이다.

공은 바른정당으로 넘어왔다. 11·13전대에서 사실상 대표로 선출될 유승민 의원이 내건 전제 조건은 양당의 통합이 실제로 성사될 수 있을지 가늠자가 된다. 

유 의원은 18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가) 여전히 안보에 대해선 어정쩡한 입장인 것 같아 그 부분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면서 "또한 호남 눈치를 과감히 떨칠 수 있는지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 "호남 눈치 떨칠 수 있는지" VS "유승민은 대구 버릴 수 있나?"

당장 통합 논의에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전남 목포를 지역구로 둔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19일 오전 tbs라디오에 출연해 유 의원의 인터뷰를 거론하면서 "우리가 왜 호남을 버리느냐? 그러면 유 의원은 대구를 버리느냐"고 되물었다.

안철수 대표는 재등판 이후 극중주의를 내세운 바 있다. 안 대표는 지난 8월 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실천적 중도개혁정당이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확립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호남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지지기반을 재설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그러나 안 대표의 구상이나 유 의원의 역제안처럼 국민의당이 "호남 눈치"를 보지 않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당 지역구 의석 27석 중 23석은 호남에 속해 있다. 

전북 남원·임실·순창을 지역구로 둔 이용호 정책위의장 또한 이날 YTN라디오에서 "호남 정서는 아직 더불어민주당과 협치하라는 것"이라며 "지역구를 갖고 있는 의원이 지역 민심과 거리 있게 가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수정당에 비우호적인 호남 민심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17대 대선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모두 호남에서만은 압도적으로 패배했다. 뿌리가 같은 바른정당 역시 호남의 눈길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민심의 향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이 통합에 부정적인 이유다.

자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정당의 호남 지지도가 각자의 지지도를 단순 합계한 것보다 6.2%p 오른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안 대표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안 대표가 이를 근거로 호남 의원들의 반발을 설득하거나 돌파할 수도 있다.

◆ 북한 바라보는 온도 차, 통합 걸림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중도'를 표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정책 지향에서는 차이가 확연하다. 대북관의 차이가 향후 양당 간 통합 과정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유승민 의원의 "안보에 대한 어정쩡한 입장" 언급에 박지원 전 대표는 "이것은 도저히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며 "우리는 대북 문제에 대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이념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지난 8월 박 전 대표는 대선 당시 김무성 의원과 안철수·유승민 후보 단일화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에 따르면 김 의원은 "(단일화의 조건으로) 유 후보가 '햇볕정책을 버리고 사과하라'고 요구한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이를 부인했지만, 박 전 대표는 거듭 "김 의원과 (논의)했기 때문에 유 의원은 잘 모르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의 말이 맞다면 이미 양당은 '연대' 과정에서 안보관으로 한 차례 갈등을 겪은 셈이다.

양당의 대북 정책은 방점이 다르다. 국민의당의 정강정책은 "남북한 간 대화 재개와 평화를 우선시하는 분위기를 조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바른정당 정강정책은 "강력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단호하게 대처하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참여하도록 지원"한다고 표방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과정에서도 바른정당은 이념 편향을 들어 당론으로 반대했다. 국민의당은 표면적으로는 소속 의원들 개인의 선택에 맡겼지만 사실상 여당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양당은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교집합이 크다. 법인세 인상에 '신중론'을 펼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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