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에 의해 폭력 당한  TVB 기자 Liu<사진=TVB 뉴스 캡쳐>

(서울=포커스데일리) 이현석 기자 = 송환법 반대 집회가 열린 21일 홍콩의 한 전철역에서 정체불명의 남성들이 각목 등을 들고 시위 참여자와 시민들을 마구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2일 홍콩시민뉴스(www.hkcnews.com)에 따르면 전날 밤 홍콩 위안랑(元朗) 전철역에서 벌어진 송환법 반대 시위대 참여자들을 겨냥해 흰옷을 입은 건장한 남성들에 의해 '백색테러'가 벌어졌다.

흰 상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다수의 건장한 남성은 21일 오후 6시쯤부터 위안랑 역 근처를 배회하다가 밤 10시 30분쯤 역사에 들이닥쳐 갖고 있던 금속 막대기와 각목 등을 휘두르며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과 시민들은 페이스북 등에 사진과 동영상 등을 올리며 이들이 주로 검은 옷을 입은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면서 송환법 반대 시위에 불만을 품은 친중파의 소행일 것이라 고발하고 있다.

사진과 동영상 등에 따르면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시민들을 마구 때리면서 역사는 일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들은 정차한 전철의 객차로 피신한 승객들까지 쫓아가 각목을 휘둘러 객차 안에 있던 많은 승객이 비명을 질렀다.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지하철로 피신하는 시민들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사진=홍콩시민뉴스/홍콩시민 J씨 제보>

폭력 사건 현장에서는 입법회 린줘팅 의원과 한 여성 기자 등 다수가 부상했다. TVB 기자는 생방송 도중 곤봉과 우산 등으로 얻어맞아 얼굴에서 피를 흘렸으며, 사건 현장에 있던 '입장신문'(立場新聞) 여기자는 땅바닥에 쓰러진 채 흰옷을 입은 남성들에 의해 30초 동안 구타를 당했다.

이에 홍콩 기자협회, 사진작가협회 등은 기자 등 언론인 폭행 만행에 대해 "언론자유와 시민들의 알 권리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비난 성명을 냈다.

특히 경찰을 향해 폭력을 행사한 폭력배들을 체포할 것과 시민들과 언론인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소셜미디어에 유포되는 영상에는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임산부로 여겨지는 여성까지 무차별 구타하는 장면이 담겨 공분을 사고 있다.

영상에는 흰옷을 입은 한 남성의 무차별 구타로 이 여성이 쓰러지자 시민들이 달려와 여성을 둘러싸고 보호하는 모습이 담겼으며 역 플랫폼 주변에는 부상자들이 흘린 핏자국이 곳곳에 남았다.

흰옷 남성들의 폭력 행위는 밤늦게까지 계속 됐으며 시민들은 뒤늦게 도착한 경찰을 비난하기도 했다.

홍콩 정부는 22일 새벽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정부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강력히 규탄하며 심각히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looks7페이스북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의 배후에 친중파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그 근거로 친중파 입법회 의원인 허쥔야오(何君堯)의 행동을 고발했다.

홍콩 지역 매체들에 따르면 허 의원은 위안랑역 부근에서 흰옷을 입은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강력한 지지를 나타내면서 "이들야말로 나에게는 영웅이다"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현지 시민들은 <포커스데일리>에 메일을 보내 각종 페이스북 등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내 "기자님에게 부탁드린다.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만 읽지 말고, 다른 홍콩뉴스를 좀 읽어달라"며 호소했다.

홍콩에서 태어난 캐나다인 이라고 밝힌 J씨는 '적어도 36명이 부상을 입었다'면서 "그 중 한 명은 심각한 상태에 있고 다른 4명은 중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J 씨는 또 "라디오 텔레비전 홍콩에 따르면 기자들이 경찰에게 '왜 늦게 도착했냐'고 질문 했으나 기자들에게 '질문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홍콩 현지 매체들은 "홍콩 경찰은 폭도들이 통근자, 시위대 및 언론인들을 폭행했음에도 아무도 체포하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다.

이현석 기자  nkc1@ifocus.kr

<저작권자 © 포커스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