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방송장악 STOP' 피켓을 들고 엑스(X)자 표시의 마스크를 쓰고 있다. 한국당은 전날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 2명을 선임한 데 대해 공영방송 장악이라며 국정감사 일정 전면 보이콧을 결의했다. 2017.10.27/뉴스1

자유한국당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에 반발, 국정감사 보이콧에 들어갔다. 방문진은 MBC 사장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어 방송통신위원회의 이사 선임으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해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방문진 이사는 모두 9명으로 여권에서 6명, 야권에서 3명을 추천하는 것이 '관례'였다. 방통위는 옛 여권 추천 인사인 유의선·김원배 전 이사의 사퇴로 궐석이 된 이사 자리에 김경환 상지대 교수와 이진순 재단법인 와글 상임이사장을 선임하기로 26일 의결했다. 

한국당의 주장은 이렇다. 방문진법상 보궐이사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만 채우도록 돼 있다. 따라서 잔여 임기를 채울 보궐 인사를 자신들이 추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이사의 임기는 오는 2018년 8월12일까지다.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방문진법상 이사진 구성 권한은 방통위가 갖고 있다. 정치권의 추천을 받는 것은 어디까지나 '관례'일 뿐 법적으로 규정된 조항이 없다. 

예를 들어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을 보자. 방통위법 5조는 '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임명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회는 위원 추천을 함에 있어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인을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가 2인을 추천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위원 5명 중 3명을 여권이, 2명을 야권이 추천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방문진의 경우, 상황이 전혀 다르다. 방문진법 6조는 '이사는 방송에 관한 전문성 및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통위가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외에 국회의 추천을 받는다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권의 추천은 어디까지나 '관례'인 셈이다. 

그럼에도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불법' '반헌법' 등의 발언으로 비판하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26일 비상의원총회에서 "방문진법이라든지 관련 법을 무시하고 방문진 보궐 이사 선임을 불법강행 날치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또 "저희들의 추천에 의해서 된 이사들은 이제 후임 보궐이사는 잔여기간만 하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가 추천한 사람이 선임돼야 한다"고도 했다. 

만약 '관례'를 인정한다고 해도 이미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사퇴한 이들의 인사추천권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26일 한국당의 항의방문 당시 "정권이 바뀌지 않았을 때 결원이 생기면 (추천한 당에서) 다시 추천한다. 그러나 여야가 바뀌면 여당 추천 몫은 바뀐 여당에서 하게 돼 있고, 야당의 결원은 바뀐 야당에서 한다"고 했다. 이어 "전례가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그렇게 했다"고도 했다. 

한국당의 이같은 몽니에도 방통위와 방문진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은 다음달 2일 제19차 정기이사회를 열고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 결의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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