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은 북한의 6차 핵실험 감행에 대한 강력한 경고 차원에서 핵실험지역에 대한 정밀타격능력을 현시하기 위해 4일 새벽 F-15K 전투기에서 사거리 270km인 SLAM-ER(슬램이알) 장거리 공대지 정밀유도미사일을 발사해, 공해상의 목표물을 정확히 명중시켰다고 밝혔다. (공군 제공) 2017.9.4/뉴스1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다시 들여오자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주장의 진정성은 물론, 현실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자유한국당 이어 국민의당·바른정당도 '전술핵 재배치'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전술핵 재배치가 되든 핵공유가 되든 우리도 핵을 직접 관리해야 한다"며 "우리의 즉각적인 핵보복 능력 때문에 북한이 절대 핵을 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정한 데 이어 국민의당·바른정당에서도 동조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야3당 모두 전술핵 재배치 논의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개인적으로 적어도 그런 말을 할 때는 됐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거론하며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정부 내부에서도 '비공식적' 의견이 돌출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북핵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해야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로 알려진 박선원 미국 샌프란시코 총영사 역시 "우리도 방어가 아닌 공격에서 핵으로 즉각 전천후 대응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춰야 한다"며 전술핵 도입을 주장했다. 

◆ '전술핵 재배치'…저마다 다른 계산

전술핵 재배치 요구와 그에 따른 다양한 옵션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저마다 속내는 다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은 '공포의 균형' 차원에서의 전술핵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우리도 전술핵으로 '맞불'을 놓음으로써 전략적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쌍방이 핵무기를 지니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느 한 쪽도 섣부르게 움직일 수 없다는 게 골자다. 

전술핵 도입을 주장하는 '대화론자'들의 입장은 이것과는 결이 다르다. '협상 카드'로서의 전술핵이다. 이들은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하는 것으로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당신들(중국) 그렇게 나오면 그런 조건 하에서는 우리도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전술핵으로 중국이나 러시아도 겨냥할 수 있는 것"이라며 '협상용'으로서의 전술핵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술핵을 실제로 도입하기 전에 북한의 비핵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취지라는 것이다. 

◆ '공포의 균형?' 개념 오남용…구호성 주장만 난무

하지만 과연 이들이 진지하게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개념을 오남용하고 있다"며 도입론자들을 비판했다. '공포의 균형'은 양쪽 사이에 소통의 통로가 충분히 열려있을 때 성립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끝도 없는 대화가 오가면서 상호 공멸의 가능성을 인식할 때 '공포의 균형'이 성립된다"고 지적했다. 전술핵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핵전쟁을 방지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북한과의 대화가 완전히 단절된 현재 '공포의 균형'은 성립하지 않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가 '협상카드'로서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9월 '미국 전술핵무기 한반도 재배치를 둘러싼 주요 쟁점과 전망' 보고서를 발행했다. 보고서는 "전술핵 재배치는 국제규범이나 외교적 상황으로 인해 실현가능성이 낮은 주장"이라며 "상대방에게 협상카드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술핵 재배치라는 야3당의 동상이몽은 탁상공론으로 귀결될 확률이 높다. 현실적인 가능성과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구호성 주장만 내세우는 것은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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