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대선개입 의혹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7.10/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대법원장으로 지명한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에 대한 보수야당의 비판이 거세다. 이들은 김명수 후보자의 '우리법연구회' 활동을 문제 삼고 있다. 

보수야당은 우리법연구회를 과거 전두환·노태우정부 당시 존재했던 군내 사조직 '하나회'에 비유하며 김 후보자 지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2일 "우리법연구회라고 하는 것은 판사들의 사조직인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으로 노무현정권 당시 '사법부내 하나회'라고 불렸던 일종의 적폐조직이었다"고 했다. 

노무현정권 당시 '하나회'라는 비판을 받았다는 정 원내대표의 설명과 달리 우리법연구회가 '법조계내 하나회'라는 비난을 받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정권 당시인 2009년의 일이다. 이전까지 '법조계내 하나회'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은 서울대 법대 출신 엘리트 법관들의 모임인 '민주판례연구회'였다. 민판이 사법연수원 기수별로 2~5명을 선별해 회원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2009년 7월 주요 보수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하며 등장한 '자유주의진보연합'이라는 보수단체는 같은해 8월 우리법연구회 회원 명단을 공개하며 "과거 군부내 하나회를 연상시키는 법원내 사조직을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한겨레'의 2009년 8월16일 보도에 따르면, '자유주의진보연합'은 "법원 내외부"에서 입수했다며 사법연수원 기수와 직위, 출신학교, 출신지역, 가입시기 등이 적힌 129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출범한 지 한달 여밖에 안된 보수단체가 이같은 명단을 공개했다는 사실에 출처가 국정원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최진학 당시 자유주의진보연합 공동대표는 "신뢰할 수 있는 곳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며 "우리가 우리법연구회의 문제점을 폭로할 유력한 단체라고 믿어 최초로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후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은 우리법연구회에 "사법부내 하나회라는 비판을 받아온"이라는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우리법연구회에 '하나회'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지게 된 셈이다. 2009년 이전엔 우리법연구회와 하나회를 직접적으로 연관시킨 보도를 찾아볼 수 없다. 

자유주의진보연합 블로그에 게재된 '법조계 사조직인 우리법연구회는 해체돼야 한다'는 광고. /자유주의진보연합 블로그

최근 국정원이 민간인을 동원, 댓글 공작을 위해 운영했던 '사이버외곽팀'에 '자유주의진보연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유착 관계가 재조명되고 있다. 2011년 6월부터 2년간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박모씨와 이메일을 가장 많이 주고 받은 단체 역시 자유주의진보연합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판에서도 국정원과 이 단체가 긴밀히 협력한 사실이 드러난다. 지난 7월24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2011년 12월28일과 29일 '조선일보'에 게제된 자유진보연합의 의견 광고가 국정원의 기획이라고 밝혔다. 

자유주의진보연합의 공식블로그엔 2013년 5월30일을 기점으로 더이상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자유주의진보연합의 마지막 논평이 올라온 것은 2013년 2월1일이다.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 기간과 일치하는 셈이다. 

해당 블로그의 '사법부개혁' 게시판엔 이들이 게재한 5건의 광고가 올라와 있다. 5건의 광고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우리법연구회를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우리법연구회에 '하나회'라는 주홍글씨라는 것을 붙인 것이 국정원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저작권자 © 포커스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