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편지를 낭송한 유가족을 끌어안고 있다.(청와대)2017.5.18/뉴스1

"호남은 자식 잘 되라고 회초리를 든 민주당의 어머니다. 다시 한번 제 손을 잡아달라."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이렇게 말했다. 호남 지역에서 23대3으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에 완패한 20대 총선 결과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담긴 표현이다.

'회초리를 든 어머니'는 결국 자식의 손을 놓지 않았다. 19대 대선에서 호남 지역은 문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여줬다. 광주 61.14%, 전남 59.87%, 전북 64.84% 등 호남에서의 문 대통령의 득표율은 전국 평균인 41.08%를 훌쩍 넘겼다.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인 셈이다.

문 대통령도 호남의 지지에 응답했다.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돌아보면 특히 인사 정책에서 '호남 중용'의 의지가 도드라진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급 이상 인사 28명 중 8명이 호남 출신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 28.6%에 달한다. 장관급 인사는 아니지만 문무일 검찰총장과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됐다. 

국무총리는 물론 실질적인 '청와대 2인자'인 비서실장과 국정과제를 총괄하는 정책실장, 사회부총리까지 중량감 있는 보직 곳곳에 호남 출신이 기용됐다. 검찰과 군, 방송 등 문재인정부의 핵심 개혁과제가 추진될 분야의 수장들도 호남 인사들이다. 요직 곳곳에 호남 출신이 대거 기용되면서 '질적'인 면에서도 확실히 배려되는 모양새다.

전임 정부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확연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 직후 임명한 장관급 이상 인사 23명 중 호남 출신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등 2명에 불과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분열과 갈등을 빚어온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의 인선은 인구분포 현황과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당시에도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외면하고 지역별 인구에 따라 자리를 기계적으로 배분한 것에 그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가족을 껴안는 '돌발행동'은 물론 영화 <택시운전사> 관람 등 문 대통령이 호남을 보듬는 행보를 보이며 후보 시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호남소외론'도 불식되고 있다.

1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라 지역에서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무려 90%에 달한다. 반면 호남을 두고 여당과 경쟁을 벌이는 국민의당 지지도는 8%에 불과했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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