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김영주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 2017.8.14/뉴스1

기록과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법이다. 71년 간 미국 메이저리그를 지배했던 '염소의 저주'도 2016년 시카고 컵스의 우승으로 깨졌다. 청와대에도 징크스가 있다. 이른바 '100일의 저주'다. 전임 대통령들이 취임 100일 이전에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14년만에 '100일의 저주'에서 벗어난다. 대국민사과 없이 취임 100일을 맞이하며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도 차질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박근혜·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은 모두 '100일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이후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국정운영의 장애물로 작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77일만에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 때문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13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에 인턴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으로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이남기 홍보수석과 허태열 비서실장 명의로 두차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파문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결국 박 전 대통령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국민사과까지 87일이 걸렸다. 2008년 당시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 졸속 추진 논란으로 촛불 집회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한때 경찰 추산 8만명에 달할 정도로 시위대 규모가 커졌다. 이 전 대통령은 5월 22일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저 자신을 자책했다. 국민의 뜻을 받들도록 하겠다"며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100일을 넘기지 못했다. 취임 92일째 형 노건평씨 명의의 부동산 실소유주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5월28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유와 과정을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선 깊은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전임 대통령 모두 정국 돌파의 수단으로 대국민사과를 택했지만, 대국민사과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리얼미터의 정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지지도는 대국민사과 뒤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직전주 대비 2.8%p 하락한 53.1%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역시 5.3%p 떨어진 24.3%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굳이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사과해야 할만큼 커다란 악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임종석 비서실장이 5월26일 이낙연 국무총리·강경화 외교부 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위장전입에 대국민사과를 했다. 

14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71.8%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이어나가며 향후 정부의 개혁 과제 추진에도 당분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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