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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주연, 정준영 연출·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조연출"
  • 남기창 기자
  • 승인 2020.05.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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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포커스데일리) 남기창 기자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 발표에도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한편의 연극에 불과하다는 비판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질문을 받지 않는 이재용 부회장의 일방적인 '사과' 기자회견에서 그는 끝내 위법행위에 대한 인정도 없었다. 

그는 "앞으로 위법행위가 없을 것"이라는 약속과 삼성그룹 사업 관련 비전 소개가 주를 이뤘다. 심지어 본인이 아니면 삼성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대목에선 협박에 가깝게도 들렸다.

특히 권고의 주축인 '과거 위법행위 반성'을 명시하는 대목은 없었다. 기자회견에 기자들을 불렀지만 질문은 받지 않았다. 

사과문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경영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탈법적인 행위에 대한 사죄와 원점으로 돌려놓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했지만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위법적으로 축적된 재산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그 출발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 사과를 빌미로 국정농단 재판 형량을 줄이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 피해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시간에 사옥 바깥에서 제대로 된 사과와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민생당 채이배 의원은 7일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두고 "정준영 판사 연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조연출에 이재용 주연의 한 편의 연극 같다"고 꼬집었다.

즉 이 부회장의 재판을 맡고 있는 정준영 판사의 양형 고려를 위한 제안에 급조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제안한 이 부회장의 연출된 사과라는 지적이다.

채 의원은 7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이사회 개혁 등 구체적 계획 없이 CEO체제를 변화할 수 없다"면서 4세 경영권 승계가 문제가 아니라 현재 총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도 "말뿐인 사과 말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6일 논평을 내고 "진정으로 자신의 과오를 씻고자 한다면 국정농단 재판과 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불법 회계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제대로 죗값을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이 부회장의 사과에서 그동안 노조 탄압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은 피해자들과 삼성물산 부당합병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국민연금 가입자에 대한 사죄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단체 관계자들이 6일 서초사옥 앞 횡단보도에 드러누운 채 항의 뜻을 전하고 있다./김용희삼성해고노동자고공농성공대위

김용희삼성해고노동자고공농성공대위는 성명에서 "김용희에게 사과하지 않고 누구에게 사과한다는 말입니까?"라며 "사과가 아니라 사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법당국과 청와대는 오늘 이재용의 대국민 사과 아닌 사기로 어떤 면죄부를 주려는지 응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실련도 성명에서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준법감시위원회 권고에 따른 이벤트성 사과로, 진정성과 제도 개선의 의지가 없는 맹탕 사과"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자녀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고 무노조 경영을 탈피하겠다고 밝혔지만, 언제든지 손바닥 뒤집듯 번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민주주의21은 "'강 건너 불구경'식, '먼 산 바라보기'식 유체이탈 화법만 난무했다"며 "진정성 없는 사과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구실이 되는 것을 진심으로 우려한다"고 논평을 냈다.

'삼성피해자 공동투쟁' 역시 이날 오후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은 앞으로 무노조 경영 정책을 폐기하고 노동삼권을 보장하며 노사 상생 문화를 추구하겠다고 했지만, 수십년간 이어진 노조 파괴 정책으로 발생한 노동자들의 피해에 대한 해결이 없다"고 비판했다.

단체 관계자 10여명은 서초사옥 앞 횡단보도에 드러누운 채 항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역 폐쇄회로TV(CCTV) 철탑에서 333일간 고공농성 중인 삼성 해고 노동자 김용희씨는 "노사 문제, 해고자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없이 재판을 앞두고 형식적으로 하는 말에 불과하다"며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노동계 역시 이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데 주목하며 적절한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300일 넘게 고공 농성 중인 김용희 씨 등을 무노조 경영의 피해자로 거론하고 "직접 사과와 복직, 보상이 돼야 하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오늘 발표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권고로 이뤄진 것으로, 이후 재판에서 사법적으로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며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지는 것과 오늘 사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남기창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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