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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재판] 드러나는 검찰 수사 관행…진술서 작성·증거수집 '위법'
  • 이현석 기자
  • 승인 2020.03.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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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교수가 지난해 10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포커스데일리) 이현석 기자 =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이 진행되며 검찰의 수사 관행이 재차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검사의 진술서 작성 관행과 검찰의 증거 취득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경심 교수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동양대 조교가 표창장 위조 혐의 입증을 위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효력을 무너뜨리는 증언을 쏟아냈다.

'위법수집증거'라는 정 교수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증언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등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교 김모씨는 진술서 작성 당시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썼다"고 말했다.

◆ 동양대 조교 "검사가 불러주는 대로 썼다"

이날 조교 김씨는 지난해 9월10일 검찰이 동양대 내 강사휴게실에서 정 교수 컴퓨터 본체 두 대를 가져갈 당시 현장에 있던 당사자다. 

당시 검찰은 김씨와 행정지원처장 정모 씨에게만 임의제출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받은 뒤 본체를 가져갔다.

오마이뉴스 등에 따르면, 검사가 "2019년 9월10일 자필로 작성한 진술서 내용을 보면, 휴게실에 있던 컴퓨터는 전임자로부터 '퇴직자가 두고 간 것이라고 (2019년) 3월1일 인수인계 받았다'라고 적혀 있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김 씨는 "그렇다" 면서 "당시 (검사가) 불러주는 대로 (썼다)"고 답했다.

그러자 정경심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가 "진술서 내용을 누군가 불러줬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진술서를 썼다는 것이냐"고 확인했고, 김 씨는 "진술서를 쓰는 도중 (검사가) 불러주시는데 제가 '이게 아 다르고 어 다른 건데 이렇게 쓰는 건 아닌 거 같아요'라고 말해서 조금 일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관련해 검사 측은 "검찰청 등 공공기관에서 처음 문서를 작성할 때 어떤 식으로 써야 하는지 잘 몰라 저희한테 물어보곤 한다"며 "그 때 안내를 해드리는 것처럼 검사가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지, 하지도 않은 말을 불러줘서 받아쓰게 했다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조교 김 씨는 "검사님께서 '이렇게 이야기했으니 이렇게 써'라고 이야기해서 제가 '그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맞섰다.

이번엔 재판장이 나서서 "뭘 아닌 것 같다고 했다는 건가"라고 묻자, 김 씨는 "처음에 검사가 '(전임 조교로부터) 퇴직자가 두고 간 것으로 인수인계 받았다'라고 쓰라고 해서, 제가 '(인수인계가 아니고) 구두로 이야기했다'고 그랬다."고 재차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가지고 있었다'라고 쓰라고 해서, 제가 '갖고 있었던 게 아니고 거기 두고 있었다. 아 다르고 어 다른데 나중에 거짓말했다고 하면 어떻게 하냐'라고 그랬다. 그러니 검사가 '아니다, 이렇게 해라'고 해서 그렇게 썼다"고 자세히 다시 상황을 설명했다.

◆ 정경심 PC 증거수집 적법성 논란  

이날 재판에서 '표창장 위조 의혹' 핵심 증거인 강사 휴게실 컴퓨터가 위법수집 증거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컴퓨터를 임의제출한 인물 중 한 명인 동양대 조교는 이날 "컴퓨터가 있던 강사 휴게실 총책임자는 제가 아닌 교양학부장"이라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날 동양대 행정지원차장 정모 씨와 조교 김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강사 휴게실에 있던 컴퓨터 본체 2대를 임의제출한 주요 인물들이다.

이날 불거진 문제는 당초 검찰이 정 교수를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하는데 핵심 증거가 됐던 컴퓨터 본체 2대의 확보 과정이었다. 

임의제출이란 물품 소유자가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하는 것인데, 정 차장 등을 '물품 소유자'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불거진 것.

검찰이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절차는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로 압수하거나, 물품 소유자에게 임의로 제출받는 방법으로 나뉜다. 

압수수색 영장도, 소유자 동의도 없이 수집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 간주돼 증거의 효력을 잃게 된다는 게 법조계 해석이다.

검찰 신문에서 정 차장은 "교내 물품 총괄 책임자로서 강사 휴게실 본체 임의제출에 동의했고, 조교에게도 '검찰 수사에 잘 협조하라'고 일러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인측은 동양대를 방문해 교내에 배치된 가구 등을 촬영한 사진을 제시하며 "학교 물품은 스티커가 부착돼 있는 반면 정 차장 등이 임의제출한 본체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학교 소유가 아닌 물품을 교내 책임자가 임의로 제출한 건 위법한 증거수집이라는 게 변호인측의 주장이다. 이에 정 차장은 "휴게실에 버려진, 방치된 물건이라 판단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조교 김 씨가 증언대에 서자, 이들이 교내 물품 책임자인지도 모호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김씨는 '책임자가 정 차장이 맞냐'는 변호인 질문에 "검찰 수사 내내 차장님이 책임자라고 하길래 궁금해서 직접 찾아봤다. 강사 휴게실 총 책임자는 차장님이 아닌 교양학부장"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또 "행정지원처는 어디까지나 협조 부서고 최종 결재는 교양학부장 담당"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초 교내 컴퓨터와 제작사가 달랐고, 제 전임자도 퇴직자가 두고 간 물건들이 몇 개 있을 거라고만 해서 저도 그렇게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수사관이 본체를 모니터에 연결해 부팅을 시도하던 중 '어? 조국 폴더다. 검사님 모셔와'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며 "'조국 폴더' 안에는 형법과 민법 관련 자료들이 있었다. 저도 그 때서야 '정경심 교수님의 컴퓨터였구나'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정경심 교수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가 25일 재판후 취재진에게 재판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유튜브 캡쳐


재판후 정 교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는 "그전에 (컴퓨터의 주인이) 모호했더라도 '조국 폴더'가 나와 정 교수의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면 그 순간부터라도 형사소송법의 가장 일반적인 절차인 정식 압수수색 절차를 밟거나 피고인들의 동의를 얻어 진행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그러지 않고 임의제출이라는 편법을 사용했다는 점이 이번 재판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현석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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