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만희 시계속 박근혜의 옥중 정치, "탄핵은 현재진행형인데.."

박근혜씨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박씨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포커스데일리) 남기창 기자 = 온 나라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고통을 겪고 있는 와중에 대통령직을 탄핵당한 박근혜 씨가 옥중 정치를 시도했다.

그것도 바로 엊그제 코로나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를 손목에 차고 두 번 씩이나 절을 올렸던 기억이 국민들에게 생생한 데 말이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4일 "나라가 매우 어렵다.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는 편지를 썼다고 한다.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씨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편지를 그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전했다.

박씨는 편지에서 "여러분의 애국심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다"며 이번 4.15총선에서 사실상 미래통합당 지지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촛불 민심을 거스를 수 없었던 국회에 의해 박씨는 탄핵 이후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5년 등을 선고받고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수감자 신분이다.

지난 2월17일 4.15총선을 앞두고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집을 박차고 나간 가출 상태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 총선을 준비하는 촌극이 연출됐다.

바로 수구 정치 세력이 하나로 뭉친 미래통합당은 출범식에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을 기치로 이번 총선에 나설 것임을 선언했지만 도로 '새누리당'이란 평가를 받는다.

17대 총선이 있던 2004년 당시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한나라당 선거 유세에 신자들을 동원했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은 물론 곽상도·김진태 의원 등 많은 인물들이 신천지와 연결된 의혹으로 의심의 눈총을 받았다.

이렇게 정치권에서 신천지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새누리와 한국당을 거쳐 미래통합당으로 옷만 갈아입은 수구 세력들은 이만희를 고발하는 등 신천지와 거리를 두며 애써 외면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코로나 감염 확산을 두고 현 정부가 무능해 일어난 문제로 돌리면서 자신들과 연루설이 있는 지역 전파의 주범인 신천지 책임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누리꾼들은 신천지가 최순실의 부친 최태민의 '영세교'와 연결돼 있어 최순실을 통해 새누리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신천지와 새누리당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2007년이다.

신천지는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간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신천지 대외 활동 협조 안내 공문'을 신도들에게 내려보내 한나라당 당원 등록과 동원을 지시했다.

신천지는 당시 공문에서 '한나라당 특별 당원으로 한시적으로 가입하여 준비하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6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탈북한 황장엽 씨가 개최한 행사 때 이만희 신천지 교주와 한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완쪽부터) 이만희, 황장엽, 박근혜 씨

2012년 2월 한나라당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변경하면서 신천지와 새누리당의 연루 의혹이 다시 불거져 나왔다.

'새=신(新)' '누리=천지(天地)'를 뜻하는 만큼 새누리는 곧 신천지를 의미한다는 주장이었다.

새누리라는 당명은 박근혜 의원 중심의 당 지도부가 만들었다고 해명하지만 신천지 간부였던 김종철 씨는 2017년 CBS 팟캐스트 '싸이판'에 출연해 "이만희 교주가 한나라당 당명을 새누리로 지어 줬다"라고 폭로했다.

신천지가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에 유착된 의혹은 수없이 많다. 따라서 과거 뉴스에 보도된 사례만 봐도 이들이 왜 신천지에 유독 침묵하는지 알 수 있다.

안정세에 접어들던 국내에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의 근원이 신천지에서 발생했는데도 미래통합당은 신천지에 대한 발언은 금기어가 됐는지 신천지의 'ㅅ'자도 입 밖에 못 내고 있다.

박근혜 탄핵은 국민을 위해 사용하라고 국민이 부여해 준 권력을 사유화하고, 대한민국을 국정농단으로 망가뜨린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의 말로가 어떠한지 분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이런 국가적 재난 앞에 박근혜의 등장은 탄핵의 역사를 새삼 떠오르게 만들게 한다.

국회의 탄핵가결에 이어 헌법재판소가박근혜를 대통령에서 파면한 이후, 박근혜를 비롯한 국정농단 관련자들이 구속되고 재판을 받는 등 사법적 단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역사와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과정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는 이때에 총선을 앞두고 옥중 정치를 시도하려고하는 박근혜씨는 자중해야 한다.

정치는 둘째 치고 그의 지지기반이었던 대구·경북 국민들에게 지금의 고통을 이겨내라고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데 전념해도 모자랄 정도다.

벌써부터 통합당 의원들은 박근혜 편지를 보며 총선의 응원군이 왔다고 마치 '메시아'라도 온 양 반긴다고 한다.

한심한 정치인들이다. 그들에게 경고하고 싶다. 대통령만 탄핵되었을 뿐 국회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다는 국민의 질책을 겸허히 성찰해야 한다고 말이다.

신전지 교주 이만희 씨의 손목에 청와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가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남기창 기자 nkc1@ifocu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