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지방소멸'은 오래된 미래입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경제적 요인에 따른 젊은층의 탈(脫)지역. 수도권에서 유리된 지방은 소멸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경북 의성과 전남 고흥은 30년 이내에 사라지게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방소멸의 위험성은 수 차례 제기돼 왔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방소멸은 우리 앞에 놓인 '오래된 미래'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5년간 50조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실시하고, 지방분권 의지를 밝히는 등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목표로 추진 중인 개헌(改憲)에 지방분권이 어떻게 명문화될 것인지 역시 중요한 문제입니다. 

<포커스데일리>는 총 10부에 걸쳐 지방소멸의 현실을 진단해 보고 우리 사회의 관심을 환기해 보고자 합니다. 지역본부들이 담아 내는 생생한 지방의 목소리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인포그래픽을 통해 전달되는 지방소멸의 현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자료사진) /뉴스1

(서울=포커스데일리) 지난 대선, 유세 현장 취재를 위해 경북 의성을 찾았다. 현장엔 후보 보다 일찍 도착했다. 습관처럼 편의점을 찾았다. 어디서건 보이던 편의점이지만, 그곳에선 보이지 않았다. 검색을 해보니 가장 가까운 편의점은 약 30분 거리였다. 자리를 비울 수가 없는 상황, 마침 '점빵'이 보였다. 

어두운 점빵 가운데엔 녹슨 철제 진열대가, 그 위엔 얼마 안되는 가지수의 과자 봉지들이 놓여 있었다. 가게 한 켠 냉동고 속 '스크류바'와 '메로나', 그 위엔 성에가 잔뜩 내려 앉아 있었다. '뭘 사야 하나'라는 고민 보다 '뭘 파는 거지'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소설가 김애란은 '나는 편의점에 간다'에서 파편화된 현대인의 모습을 묘사했다. 그의 표현처럼 편의점은 '일상'을 파는 곳이 됐지만, 쇠락한 지방의 점빵에선 그 일상을 구매할 수 없었다. 

편의점이 없는 삶. 상상할 수 있나요?

'편세권' 편의점과 역세권을 합성한 신조어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편의점 접근성은 거주지 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생필품 구매를 넘어서 간단한 식사, 택배 수령, 입·출금 등 은행 업무까지, 편의점 접근성은 삶의 질과 직결된다. 

편의점 접근성을 통한다면 지방의 생활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포커스데일리>는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제주·세종 포함)의 편의점 위치를 분석, 면적당 편의점 수와 인구당 편의점 수 통계를 내보았다. (편의상 편의점의 통계는 GS25를 기준으로 했다.) 

다음 지도에서 '편의점'을 서울 강남구와 경북 영양에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 양쪽은 같은 면적이다. <사진출처=다음 지도>

서울특별시 강남구엔 모두 275개의 편의점(GS25)이 있다. 강남구의 인구는 2017년 기준 56만여명, 면적은 39.50㎢(국토부 도시지역 면적)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사람 2000명당 1개의 편의점이 있는 셈이다. 면적으로 따지면 0.14㎢에 1개의 편의점이 있다. 반경 10분 이내 접근 가능한 편의점이 하나 이상 있는 것이다. 

소멸위험이 가장 높은 경북 의성군엔 총 3개의 편의점이 있다. 의성의 총인구는 5만3000여명으로, 1만8000여명당 1개의 편의점이 있는 것. 도시지역면적으로 보면 22.92㎢당 1개의 편의점이 있는 셈이다. 사실상 접근성을 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다소 거칠게 계산해본다면 강남구엔 의성군보다 166배 더 편의점이 밀집해 있으며, 인구당 편의점수도 약 9배 차이가 난다.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경북 영양군을 보자. 영양군의 도시지역면적은 130.78㎢로 강남구(39.5㎢)의 세 배 가량 되지만, 인구는 1만7000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 영양군 관내에 편의점은 1개다. 

 ※직관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몇개 지역을 골라 인포그래픽을 만들었다. 

전국으로 확대해서 보자. 동일 면적에서 가장 많은 편의점이 위치하는 곳은 부산시 중구다. 약 2.83㎢ 면적에 29개의 편의점이 있다. 0.01㎢내에 1개의 편의점이 있는 셈. 다음으로 서울 중구(0.01㎢당 1개), 동대문구(0.13㎢), 영등포구(0.14㎢), 강남구(0.14㎢) 등 순이다. 상위 20개 지역 가운데 부산 중구와 인천 남구를 제외한다면 모두 서울 지역이다. 

강원 철원군은 정반대다. 486㎢ 면적에 8개의 편의점이 위치한다. 60.84㎢당 1개의 편의점이 위치하고 있어, 동일 면적당 편의점수가 가장 적다(편의점 3개 이하 기초단체 제외). 이어 전남 장흥(47.5㎢), 강원 양구(43.4㎢), 강원 화천(41.6㎢), 강원 인제(39.4㎢) 등 순이다. 하위 20개 지역 가운데 경기 연천군을 제외하면 강원·전남 등 지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편의점수 히트맵. 진하게 표시된 지역일 수록 편의점이 많다. 2017.11.29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면적 10㎢당 편의점 1개가 안되는 곳은 93개 지역이다. 2개 미만인 지역까지 확대하면 151곳으로, 전국 기초단체의 3분의 2를 넘는 지역에서 편의점 접근성을 논하기 어렵다. 해당 지역들의 소멸위험지수 평균은 0.575로 '소멸위험진입지역'이 되기 직전이다. 반면 10㎢당 편의점이 2개 이상 있는 기초단체는 78개로 평균 소멸위험지수는 1.106이다. '정상지역'인 셈이다.

※소멸위험지수란 가임여성 인구 수를 65세 이상 노인 인구 수로 나눈 지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인구 감소로 인해 소멸위험이 높은 기초단체로 분류된다. 0.2 미만일 경우 '소멸고위험지역, 0.5 미만일 경우 '소멸위험진입지역', 1.0 미만일 경우 '소멸주의단계'. ▶관련 기사 보러 가기

간단히 말해 소멸위험지수가 낮은 지역일수록 편의점이 많고, 소멸위험지수가 높은 지역일수록 편의점이 적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같은 구체적인 수치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많은 도시에 편의점이 모여 있을 거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경향성이 병원이나 약국 등 생존에 직결된 시설들에서도 나타난다는 점이다. 

기초자치단체 병원수 히트맵. 진하게 표시된 지역일 수록 병원이 많다. 2017.11.29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17년 6월 현재 관내에 병원(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이 10개 미만인 지역은 11곳이다. 이중 경북 울릉군은 0개, 경북 영양군은 2개, 인천 옹진군은 4개가 고작이다.

전국 평균은 142개다. 평균의 절반인 71개에 못미치는 기초단체는 108곳이다. 108개 기초단체의 소멸위험지수 평균은 0.422다. '소멸위험진입지역'이다. 

관내에 평균보다 많은 병원이 있는 기초단체는 모두 85개다. 소멸위험지수는 1.134다. '정상지역'인 셈이다. 위 히트맵을 본다면 주로 어떤 지역에 병원들이 밀집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편의점 히트맵과 비교해 본다면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편의점과 병원, 그리고 소멸위험지수 사이 상관관계는 뚜렷하다. 그 관계는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생존까지 위협하는 지방소멸의 현실이다. 

※바를 좌우로 움직이면 기초단체별 병원수와 편의점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김도형 기자, 백준무 기자  namuui@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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