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사진) 2017.8.7/뉴스1

(서울=포커스데일리) 특수활동비가 정치권 도마 위에 올랐다. 국가정보원의 청와대 상납으로 촉발된 특활비 논란이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국가정보원, 법무부, 국회가 각각의 전선이다. 공수교대는 따로 없다. 여야는 쉴 틈 없이 공세와 해명, 역공을 주고받는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지침을 통해 특활비를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규정하고 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공개한 기재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책정된 특활비는 총 8990억원에 달한다. 증빙서류가 필요없다는 이유로 막대한 규모의 특활비를 오용했던 오랜 관행이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활비 논란의 진원지, 국정원

논란의 출발점은 국정원이다. 검찰은 지난 14일 남재준, 이병기 전 국정원장을 청와대에 특활비 40억원을 상납한 혐의로 구속했다. 구속을 피한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를 직접 받고 청와대에 상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훈 국정원장은 이들이 상납한 자금이 특수공작사업비로 편성된 예산이라고 밝혔다. 보안상 이유로 국정원 예산 전액은 특활비로 분류된다.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맹점을 이용해 국정원 예산을 '쌈짓돈'으로 활용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통한 친박계 좌장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또한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 1억여원을 상납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의원이 특활비를 수수한 것으로 추정되는 2014년 10월은 국회 예산 심사 과정 중 야당이 국정원 특활비에 문제를 제기한 시기와 겹친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회에서 예산 심사하면서 국정원의 특활비가 문제가 되니까 당시 유력한 정치인들에게 특활비를 뇌물처럼 줘서 '좀 봐달라'고 했다면 굉장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활비로 특활비 썼다는 홍준표

논란의 불길은 홍준표 한국당 대표에게로 번졌다. 홍 대표는 2015년 성완종리스트와 관련해 한나라당 대표 경선 기탁금의 출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자, 특활비를 모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홍 대표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11년간의 변호사 수입과 국회의원 시절 대책비(특활비)로 매월 수천만원씩 나온 돈을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활비 유용 의혹이 재차 불거지자 홍 대표는 진화에 나섰다. 홍 대표는 "여당 원내대표 겸 국회 운영위원장 대상으로 특활비가 매달 4000만원 정도 나온다"면서 "그 돈 수령 즉시 정책위의장에게 정책 개발비로 매달 1500만원씩 지급했고 원내행정국에 700만원, 원내수석과 부대표들 10명에게 격월로 각 100만원씩 그리고 야당 원내대표들에게도 국회 운영비용으로 일정금액을 매월 보조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나머지는 국회 운영과정에 필요한 경비지출 및 여야 국회의원들과 기자들 식사 비용이 전부"라면서 "내가 늘 급여로 대던 의원들과 기자들 식사 비용 등을 원내활동비로 대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급여에서 쓰지 않아도 되는 그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줬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야당 원내대표들' 중 한 명이었던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홍 대표에게서 특활비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홍 대표는 "내 기억의 착오"라며 물러섰다.  

올해 국회에 책정된 특활비는 81억원이다. 국회 특활비는 상임위원장과 원내대표에게 배분된다. 운영위원장을 겸임하는 원내대표는 보통 월 4000~5000만원을 수령하고, 상임위원장의 경우 월 1000만원 가까이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21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향해 "국회 특활비 폐지를 선언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당의 반격 "검찰도 법무부에 특활비 상납"

특활비 의혹으로 코너에 몰린 한국당은 검찰 특활비를 문제 삼으며 반격에 나섰다. 검찰이 올해 특수활동비 285억원 중 105억원을 법무부에 보냈다는 보도 내용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홍 대표는 20일 "법무부 예산으로 편성되는 검찰의 특활비 예산도 범죄정보 수집, 특별수사활동을 위해 총액 개념으로 편성되는 것"이라며 "검찰이 법무부에 전용하는 특활비는 인사권을 쥐고 있는 법무부에 상납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도 "문무일 검찰총장은 법무부에 얼마를 상납했는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얼마를 상납받았는지 분명히 밝히라"면서 "법사위 차원의 청문회를 열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반박에 나섰다. 검찰은 예산 편성권이 없는 외청이며, 따라서 검찰이 법무부에 상납하는 것이 아니라, 법무부에서 특활비를 편성해서 검찰에 내려보내는 구조라는 것. 

박범계 민주당 최고위원은 "(법무부의 특활비 편성은) 검찰 사무를 대신해서 범죄수익 환수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해명했다. 백혜련 대변인 역시 "한국당이 문제 삼는 105억원은 애초부터 법무부에 배정된 것으로 법무부 내 여타 실국 및 본부가 사용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법무부에 배정되는 특활비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는 기재부의 지침에 부합하는지는 해석이 분분하다.

◆"내년 예산안에 불필요한 특활비 294억원"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20일 '2018년도 예산안 특활비 편성 사업 점검 및 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며 "특활비가 목적과 다른 사업에 불필요하게 편성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19개 정부기관의 특활비 편성 사업 64개 중 34개 사업, 총 예산의 9.1%를 배정받은 사업이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과 관련 없는 것"이라며 그 규모가 294억원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내년도 특활비 예산이 전년도 대비 18.7% 감축된 것은 특활비를 줄이려는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특활비에 대한 정부기관들의 관리·감독이 부실한 사실이 이미 확인됐던 바, 2018년도 예산에서 특활비를 더욱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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