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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데일리) 이명박 전 대통령의 17일 기자회견 직후 정국이 혼란에 빠졌다. 이 전 대통령은 성명서에서 자신을 향해 좁혀 들어오는 검찰 수사를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했다. 사법적 문제를 정치적 논란으로 확전시켜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는 것으로 읽힌다.

이같은 논란은 새로운 의혹들이 터져 나오며 앞선 의혹들이 묻히는 경우가 많다. <포커스데일리>는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논란들을 필요한 경우 정리해 나가기로 했다.  

① MB, 기자회견 왜 했나?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는 보수를 궤멸시키기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 이명박 전 대통령 1월 17일 성명서 中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그의 최측근이었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검찰 조사 때문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김희중 전 실장은 지난 12일 검찰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은 검찰의 밤샘조사를 받은 뒤 귀가한 지난 13일 정두언 전 의원의 안부 문자에 "아이들에게 더이상 못난 아빠가 안되도록 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는 조사를 받은 뒤 취재진들에겐 "성실히 조사받았다. (검찰에서) 궁금해 하시는 게 많아서, 나름대로 잘 설명드렸다"고 답변했다. 

김 전 실장이 검찰의 조사에 적극 협조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이후 검찰의 대응에서도 가늠할 수 있다. 김 전 실장은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세 사람 중 유일하게 구속을 피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을 제외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진술 태도 등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발칵 뒤집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두언 전 의원은 "MB쪽에서 계속 대책회의를 하고 했던 것도 김백준 때문이 아니라 김희중 때문"이라며 "MB가 급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실장은 (BBK, 다스, 특활비 등) 모든 걸 알고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초선 국회의원이던 시절부터 보좌했던 김 전 실장은 지난 2012년 당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 금품을 수수, 징역 1년 3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당시 김 전 실장은 항소를 포기했는데, 이 전 대통령이 임기말 자신을 사면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말 사면을 단행했는데 김희중 전 실장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더구나 복역 중 생활고로 인해 아내가 자살하는 등 큰 고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두언 전 의원은 김 전 실장에 대해 "굉장히 맑고 담백하고 깨끗한 친구다. (MB가) 엄청난 부자 아니냐? 그 부자의 돈 관리를 하면서 본인은 되게 가난하게 살아서 생활고를 많이 겪을 정도로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당시 빈소를 방문하기는커녕 조화조차 보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말 너무나 처절하게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정두언 전 의원의 말이다. 

② '키맨' 김희중의 진술은?

그렇다면 김희중 전 실장은 검찰에서 어떻게 진술했을까? 현재까지는 김 전 실장의 진술은 검찰 만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가 보도되고 있다. 핵심은 MB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지난 2011년 미국을 국빈 방문하기 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아 명품 구입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의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와 송영길 의원이 주장한 것이다. MB 측은 이같은 주장을 펼친 박 수석부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박 수석부대표는 MB측의 엄포에도 18일과 19일 연이어 이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그만큼 확실한 정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박 수석부대표는 18일엔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자신이 특활비 1억원을 지시에 의해서 받았고, 그것을 달러로 환전해서 김윤옥 여사를 보좌하던 제2부속실장에게 줬고, 그 돈이 김윤옥 여사의 명품구입 등에 쓰였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19일엔 "(김 여사에게 전달된) 1억원 중에서 3000~4000만원 정도가 2011년 영부인의 미국 방문 시에 행정관에게서 돈을 줘서 명품을 사는데 쓰였다, 이렇게 진술한 걸로 확인을 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보의 출처에 대해선 "김희중 전 실장과 아주 친한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김 전 실장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나와서 이분께 하신 얘기를 저한테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희중씨하고 오랜 세월 아주 막역하게 여러 가지를 아주 허심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분"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박 수석부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에 살고 있는 기혼여성들의 커뮤니티 '미시USA'에 지난 2011년 10월 15일 게시된 '김윤옥 여사인가요? 타이슨스 니만서 경호원 끌고 쇼핑했다네요'라는 글이다. MB측은 김 여사가 쇼핑을 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는데, 쇼핑 목격담이 제기된 것이다. 

게시자는 "아는 언니가, 이번에 이명박 온 것도 모르는데 이번 주 니만 갔다가 김윤옥 여사 온 걸 봤나봐요. 여자 경호원 남자 경호원 하나씩 끌고 니만 마커스에서 쇼핑하고 있었다고 하네요"라고 적었다. '니만 마커스'는 미국의 유명 백화점이다. 

다만 정두언 전 의원은 김희중 전 실장이 특활비를 전달한 사실에 대해선 "자기가 받은 특활비를 자기가 모르겠느냐"고 했지만, 명품 구입과 관련해선 "저는 거기에 대해선 모른다. 명품백 얘기도 있던데 그건도 너무 좀 억측인 것 같고, 그거 검찰에서도 부인했던데"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③ 특활비, '경천동지' 무마 위해 쓰여

정두언 전 의원은 19일 새로운 의혹을 던졌다. "그거(국정원 특활비로 명품구입)보다 더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특활비로 김윤옥 여사가 명품을 산 것보다 "더 큰 하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08년 대선 과정에서 MB측의 핵심 중의 핵심이었다. 그는 당시를 이야기하며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사실 고비가 한 세번이 있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제가 죽기 전에나 말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게 대통령(이 된) 후까지 이어진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MB가 대통령이 되는 그 과정을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거기서 별 일이 다 벌어지는데, 우리는 그런 걸 헤쳐 나왔다. 그런데 그 후유증이 대통령 후까지 간다. 그걸 처리하는 과정에서 돈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아주 그냥 경천동지할 일들이 벌어졌다"고도 했다. 

정리하자면 지난 17대 대선과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캠프에 '경천동지'할 세 번의 고비가 있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까지 돈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 돈을 충당하기 위해서 출처를 숨길 수 있는 국정원 특활비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다. 

지난 2008년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겨룬 한나라당 경선은 치열했다. 온갖 의혹들이 터져나왔다. 최태민·최순실 일가의 유착 의혹, BBK 의혹 등이다. 각종 제보가 쇄도했을 것이고 이 가운데 알려지지 않은 의혹이 있었을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다. 

정 전 의원은 나아가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사건이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1차 사찰대상이었던 그는 "MB에 대해서 비판하는 자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사찰한다, 이게 민간인 사찰이다. 그러니까 가장 악랄한 블랙리스트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속된)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이 받았던 돈이 그 당시에 민간인 사찰 벌어지고 재판 벌어질 때 무마용으로 많이 쓰여졌다는 거 아니냐"며 "심지어는 변호사 비용까지 대줬다는 얘기다"라고 주장했다. 민간인 사찰을 무마하기 위해 쓰여진 비용의 출처가 국정원 특활비였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의 추측을 전제로 "그때 다 민간인 사찰을 덮었다, MB정부에서. 호텔에서 불러다 조사하고 컴퓨터 다 디가우징(degausing·복구할 수 없도록 완전히 지우는 일) 시키고. 순 엉터리 수사를 했는데 수사를 다시 하다 보면 그 당시 수석이었던 권재진 전 장관이나 이영호 비서관이라든가 이런 사람들이 다시 나온다. 그 사람들에 대해서 다시 또 압박을 하면 무슨 얘기가 나올지 모르는 거다"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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