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자유한국당(왼쪽부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내년도 예산안 잠정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2017.12.4/뉴스1

(서울=포커스데일리) 내년도 예산안 본회의 표결을 앞둔 5일 여야가 예산안 잠정합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협상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비교적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패싱' 논란이 불거진 자유한국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예산안 반대로 선회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가 모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고 있는 경기회복에 본격적인 성장 마중물을 부을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저와 원내지도부 역시 사람 중심 예산의 원칙과 방향, 가치는 철저히 지키면서, 각론에 있어서는 운용의 묘를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민생을 중심에 놓고 공통분모를 찾아가며 공히 한발짝씩 양보한 끝에, 첫 협치 예산을 국민들께 안겨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칙과 방향, 가치는 철저히 지켰다"는 우 원내대표의 자평이 무색하게도 민주당은 협상 과정에서 지나치게 무른 태도로 협상에 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무원 증원의 경우 당초 1만2000여명에 달하는 정부안이 1만500명으로, 잠정합의에서는 9475명으로 크게 줄었다. 아동수당의 경우도 시행 시기는 물론 수혜 대상 또한 소득수준 상위 10%로 한정하면서, 보편적 복지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 최고세율(25%) 적용 대기업을 40% 가량 줄인 '초대기업 증세' 역시 원안에서 후퇴한 모양새다.

반면 '캐스팅 보트'로서 존재감을 과시한 국민의당은 의기양양하다. 국회 과반을 확보하기 위한 민주당의 구애 속에서 국민의당은 얻을 것은 다 얻어냈다는 입장이다. 지역 숙원 사업이던 호남선 고속철도의 무안공항 경유 확정은 물론 공무원 증원 규모, 일자리 안정자금 등에 상당 부분 국민의당 입장이 반영됐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이번 예산정국 내내 민주당과 한국당이 대립하는 가운데, 국민의당이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며 협상력을 발휘해 끝내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과거 양당제에서 반복됐던 불신과 파행, 여당의 일방처리와 야당의 실력저지는 사라졌다. 치킨게임식 대결도 무용지물이 됐다"면서 "이번 예산정국에서 우리 정치가 지향해야 할 협치모델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다당제의 역사적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패싱' 논란이 불거진 한국당은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국민의당은 자신들의 이익만 취하고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품에 안겼다. 이제 한국당 홀로 지켜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7000명 수준의 공무원 증원, 일자리 안정자금 1년 한정 지원 등 기존의 입장을 합의에 거의 반영하지 못했다. 법인세 역시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에 한해 세율을 1%p만 올리자는 의견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여야 원내대표들은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를 3000억원 초과로 상향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한국당은 유보 입장을 달았다.

협상에 임했던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통해 "2000억원 초과 과표구간을 3000억원으로 올린 것도 저의 목소리"라면서도 "법인세 3%p (인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한국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의총을 통해 예산안 합의를 수용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합의안에 찬성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공무원 증원 문제와 법인세 인상 때문에 3당 원내대표 합의 사항 전체를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오후 의총을 다시 열고 본회의에 대비한 투쟁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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