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왼쪽부터)과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우원식 원내대표 사무실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 처리시한(2일)을 넘긴 가운데 여야는 4일 예산안 본회의 상정과 처리를 위한 핵심쟁점에 대한 일괄 타결에 나섰다. 2017.12.4/뉴스1

(서울=포커스데일리)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예산안이 법정 시한 내 처리되지 못했다. 여야는 앞다퉈 "국민께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야가 여전히 주요 쟁점을 두고 대립하고 있어, 예정대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 처리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다름아닌 입법부가 '위헌' 상황을 가볍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결국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해 국민들께 죄송하게 됐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또한 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고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여야 간 원만한 타협을 이룰 수 없어서 불가피하게 그동안 잘 이행돼 왔던 법정시한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새해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3당 원내대표가 '법정 시한'이라고 언급한 것은 국회선진화법의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11월 30일까지 여야가 예산안 심사를 끝내지 못할 경우, 다음날인 12월 1일 본회의에서 의결에 부친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 기한은 헌법에 먼저 명시된 사항이다. 국회가 헌법이 정하고 있는 처리 기한을 어기는 사태가 반복되자, 2012년 국회선진화법에서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을 넣은 것이다. 지금도 정부에서 제출한 2018년도 예산안이 본회의에 부의돼 있지만 상정은 안되고 있다. 부결이 될 가능성도 클 뿐더러, 한해 예산안을 여야가 합의처리하지 못했다는 전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 54조 2항은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해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예산안 처리 불발 또한 헌법을 어긴 중대한 사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김세연 바른정당 원내대표 권한대행 겸 정책위의장 또한 이러한 측면을 지적하며 "직전 정부가 법률을 지키지 않아 헌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나. 그렇다면 이번 정부는 이를 교훈 삼아 더욱 헌법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안을 만드는 입법부가 정략적 이유로 헌법은 물론 스스로 만든 조항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4일 오전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 야당을 겨냥해 "정치적 이해관계, 당리당략보다는 국민들의 이해관계에 좀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면서 "대선 때 공약을 이행하는데 계속 반대한다면, 대선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헌법이나 법률을 어겨도 이를 제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처벌 규정도 없는 데다, 누굴 처벌해야 하는 지도 문제다. 결국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헌법과 법률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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