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해명, 해명, 해명…"나 지금 떨고 있니?"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돌아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현직 도지사인 점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진 않았다. 2016.9.8/뉴스1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주말 동안 페이스북을 통해 '해명'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올랐던 홍 대표의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홍 대표는 또 이 사건과 관련돼 국회 운영위원장 특수활동비를 유용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홍 대표는 지난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사건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 기탁금 1억2000만원의 출처가 문제가 되자 "여당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기 때문에 매달 국회 대책비로 4000만~5000만원씩 나온다"며 "그 돈은 전부 현금화해서 대책비로 쓰는데 그 중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특활비를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크게 불거졌었다. 홍 대표는 18일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특수활동비는 국회 운영에 쓰라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 돈 수령 즉시 정책위의장에게 정책개발비로 매달 1500만원씩 지급했고, 원내 행정국에 700만원, 원내수석과 부대표들 10명에게 격월로 각 100만원씩, 그리고 야당 원내대표들에게도 국회 운영 비용으로 일정 금액을 매월 보조했다. 내가 늘 급여로 정치 비용을 대던 국회의원들과 기자들 식사비용등을 원내 활동비로 대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급여에서 쓰지 않아도 되는 그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줬다는 것이지 국회 특수활동비를 유용했다는 것은 아니다"

홍 대표는 19일에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 자신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엄격히 말하면 상고 이유 자체가 안되는 것인데 검찰이 면책적으로 상고를 한 것"이라며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대법원은 아니다. 나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대법원을 믿는다"고 했다.

해명의 내용과는 별도로 연이은 해명 정치의 배경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특히 대법원에 계류 중인 자신의 사건에 대해 제1야당의 대표가 공개적으로 "법률적 쟁점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사법부를 공개적으로 흔드려는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성완종 리스트 재판과 특활비 유용 의혹은 홍 대표의 아킬레스건이다. 홍 대표는 이와 관련한 언급을 자제해왔었다.

홍 대표의 이같은 해명 정치는 한국당의 위기감이 고조된 탓으로 보인다. 친박 실세였던 최경환 의원에게 국정원 특활비가 상납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원유철 의원의 지역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며 검찰의 칼날이 한국당을 향하고 있기 때문. 홍 대표는 검찰에 대해 "충견" "좌파정권의 앞잡이"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판하기도 했다.

대법원 재판에 대한 위기 의식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1심에선 유죄, 2심에선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1심과 달리 2심에선 당시 핵심 증인이었던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성완종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홍 대표에게 1억원을 건넸다'는 직접적인 진술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윤 전 부사장은 홍 대표와 극한 갈등 중인 서청원 의원의 측근이기도 한데, 서 의원은 최근 홍 대표의 녹취록을 폭로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국감에서 "홍 대표와 서 의원 사이에 오간 얘기는 '항소심에서 윤 전 부사장이 진술을 번복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우리 당이 확보하고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는데 왜 검찰은 확보하지 못하느냐"고 질타했는데, 검찰이 이 자료를 확보했다면 재판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의 발언이 기사화될 것을 뻔히 아는 홍 대표가 주말새 페이스북에 4건의 글을 올린 이유는 결국 여론전을 펴나가기 위함이다. 자신의 재판에 대해선 '야당 탄압', 검찰에 대해선 '충견'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것이다.

"나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홍 대표의 발언이 "나 지금 떨고 있니?"로 읽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