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정책 공조 강화 차원에서 미국을 방문한다고 밝힌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3.15/뉴스1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무려 3명의 대통령을 '모셨다'.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2010년 12월 4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도 유임됐다. 국방부 장관이 정권이 바뀐 후에도 유임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후엔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유례없는 대통령 보궐 선거로 인해 김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와도 2주간의 '불편한 동거'를 지속하기도 했다. 7년 동안 국가 안보의 정점에 있었던 김 전 실장은 이제 피의자의 신세로 전락했다. 보수정권 시기의 핵심 의혹에 빈번하게 주연으로 등장한 탓이다.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국방부 장관, 국가안보실장 등 안보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친 김 전 실장. 국가가 아닌 정권의 안보에 그가 심혈을 기울이는 동안, 북한은 세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다.

①국방부 장관 김관진, 댓글 공작 지휘했나

김관진 전 실장이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조작'을 지휘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김 전 실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재임 중이던 2011년 사이버사의 비밀 조직 운영을 직접 승인한 정황이 담긴 'C-사령부 부대운영(안) 보고'라는 문서를 공개했다.

김 전 실장의 자필 서명으로 결재된 해당 문서는 '사이버전 극비업무(비밀조직 운영체제, 수행업무·결과, 작전수행인원 등) 운영 노출 방지를 위한 대책 강구'를 목적으로 작성됐다.

문서는 현 실태와 문제점으로 "530·550단은 사이버전 공작·작전 수행 부서로서 최고도 은닉 필요", "국방부 직할부대 승격 후 조정·통제부서 실무자의 530단·550단 직접 접촉으로 거점 및 기밀업무 노출 가능성 농후" 등을 꼽고 있다.

해당 문서는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사이버 공작부서는 사령관(단장) 책임 하 직접 지휘"를 들며 세부 실행사항으로 "3단 지휘체계(장관→사령관→단장), 상부지침 의거 정보·자료 제공"을 제시했다. 국방부 장관과 사이버사령관, 530단장으로 이어지는 '댓글 부대'의 지휘체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은 16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김 전 실장이 직접 자필 서명으로 승인했다는 것은 군 최고 지휘권자에 의해서 댓글 공작이라는 국기문란 행위가 이뤄졌다는 것"이라며 "김 전 실장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도 수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이철희 민주당 의원 또한 김 전 실장의 자필 서명이 있는 '2012년 사이버심리전 작전 지침' 문서를 공개한 바 있다. 해당 문서에는 "2012년 국가 주요행사를 겨냥한 북한·종북 세력의 사이버 선전·선동에 대응한다"는 내용이 있다. 문서는 국가 주요행사로 핵 안보 정상회의와 여수 엑스포는 물론 19대 총선, 18대 대선 등을 적시했다. 

종합하면 김 전 실장은 지휘 체계의 정점에서, 총선과 대선에 개입할 목적으로 사이버사를 운영했을 가능성이 크다.

②국가안보실장 김관진,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불법 변경?

김관진 전 실장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4년 7월말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으로 변경했다는 혐의 또한 받고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12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지난달 27일 국가위기관리센터 내의 캐비넷에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으로 변경한 자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임 비서실장이 이날 공개한 문서를 보면 지침 3조와 18조에 수정 흔적이 뚜렷하다. 3조의 경우 "국가안보실장은 안정적 위기관리를 위해 전략 커뮤니케이션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 "국가 위기 관련,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수행을 보좌한다"고 수정됐다. 

18조 또한 "국가안보실장은 안보 분야, 안전행정부 장관은 재난 분야의 위기징후와 상황정보를 종합·관리한다"고 바뀌었다.

임 비서실장은 "당시 청와대는 일련의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빨간 볼펜으로 원본에 줄을 긋고 필사로 수정한 지침을 2014년 7월 31일에 전 부처에 통보했다"며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서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보고한 것에 맞춰서 사후에 조직적인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추측했다.

③'사드 알박기'도 김관진 작품일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당초 9월경에 임시 배치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지난 2월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새 정부 출범 이전에 사드 배치를 마무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숨 가쁘게 배치 과정이 빨라졌다. 

사드 조기 배치 또한 김관진 전 실장의 작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겨레는 지난 10일 국방부가 작성한 '주한미군 사드체계 배치 관련 참고자료'를 이철희 의원으로부터 입수해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해당 문서는 "전례 없는 국내 정치상황,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우려 등과 연계돼 국민들의 안보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사드 배치 가속화 추진 필요성이 대두"했음을 밝히고 있다.

해당 문서는 "미 측도 한 측 입장에 공감하고 배치 가속화 방안 검토"했음을 적시했다. NSC의 주도로, 미국 측에 사드 배치를 앞당겨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문서는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사드 배치를 2017년 9월에 완료하자"는 국방부 의견을 묵살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인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미국을 방문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5월 "김 전 실장이 미국 방문 당시 사드 비용 부담을 미국으로부터 통보받고도 사드 배치를 서두른 정황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 전 실장 등 군 출신 관료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의 대북정책 기조와 한미동맹 관계의 변화를 우려, 번복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권한 밖의 사안에 개입해 새 정부의 외교·안보 구상을 흔드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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