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7.10.11/뉴스1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한국당으로 복귀했던 바른정당 탈당파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정치철새'라는 비판을 받았던 이들이 이번에는 홍 대표의 전위부대가 돼 문재인 정부와의 전면전에 뛰어들고 있다. 

16일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한국당은 당내에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 △보수대통합추진위원회 △신적폐저지특별위원회 등을 설치하고 강경한 대여투쟁을 천명했다. 특히 정치보복대책특위와 보수대통합추진위는 홍준표 대표의 지시로 설치됐다. 

정치보복대책특위의 면면을 보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두드러진다. 홍 대표는 위원장에 김성태 의원을 임명하고 여상규·이철우 의원을 자문위원으로 했다. 또 특위의 대변인은 장제원 의원이 맡게 됐다. 이 중 김성태·여상규·장제원 의원은 바른정당 탈당파 출신이다. 

홍준표 대표는 또 13일 보수대통합추진위를 구성하고 이철우·홍문표·김성태 의원을 위원으로 임명했는데, 이철우 의원을 제외한다면 역시 바른정당 출신이다. 김성태 의원은 정치보복대책특위와 보수대통합추진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치보복대책특위와 보수통합추진위는 '홍준표 체제'를 굳건히 하는 수단이다. 정치보복대책특위가 홍 대표의 논리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등을 공격하며 보수야당의 선명성을 드러내고, 보수통합추진위가 바른정당 통합파를 끌어들여 홍 대표의 당내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얼마전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연장 반대를 당론으로 정할 만큼 친박계의 영향력이 남아있다. 바른정당 통합파들이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친박계 좌장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제명도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홍 대표와 바른정당 탈당파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다. 스스로 '독고다이'라고 할 정도로 당내 기반이 없는 홍 대표와 분당이라는 '원죄'를 짊어진 바른정당 탈당파가 합심해 당내 헤게모니를 거머쥐려는 의도인 셈이다.

홍 대표로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당'을 '홍준표당'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상당하다. 6개 광역지자체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불필요한 잡음은 지선이 시작되기 전에 정리해야 한다. 바른정당 탈당파와 통합파는 더없는 우군이다. 

과거 쫓겨나듯 새누리당을 떠났던 바른정당 탈당파로서도 당내 영향력이 높아지는 셈이다. 특히 이들 상당수는 지역구 당협위원장 자리도 보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지선에서 기초·광역 의원에 대한 공천을 행사하는 당협위원장 자리를 놓고 홍 대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복당을 허가해준 홍 대표에 대한 보은의 성격도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방문해 이 전 대통령과 인사를 하고 있다. 홍 대표가 취임 후 전직 대통령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보수 정당 지지율 하락을 비롯해 최근 정국 현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2017.7.25/뉴스1

더구나 이들은 과거 '친이계' 동지였다. 홍 대표를 '친이계'로 분류하긴 어려우나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1999년 미국에서 망명 아닌 망명 생활을 함께 한 만큼 친분이 돈독하다. 김성태·권성동·여상규·장제원 등 대선 당시 한국당으로 돌아간 12명 인사들은 대부분 친이계 출신이며, 김영우·김용태·황영철 등 바른정당에 남아 있는 통합파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친박계를 '양박(양아치 친박)'이라고 비판했던 홍 대표로선 '친이계'가 주축이 된 바른정당 출신들과 힘을 합치는 것이 낫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적폐청산에 속도가 붙으면서 위기감을 느낀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로서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정치보복대책특위는 지난 11일 구성됐다. 홍 대표는 "우리가 하는 것은 수비만 하는 게 아니라 공격도 한다. 여러분들이 전면전을 할 각오를 하고 시작해달라"고 말했다. 이들이 '전면전'의 신호탄으로 선택한 것은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뇌물공모혐의 고발이었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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