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메타가 21일 동교동 스튜디오에서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힙합은 더 이상 배고픈 음악이 아니다. 올해로 여섯번째 시즌을 맞은 엠넷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쇼미)'에는 역대 최다인 1만2000명의 지원자가 참여했다. 방송에서 화제가 된 곡들은 곧바로 차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힙합이 대세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가리온이 노래했던 "약속의 장소"는 여전히 지금 여기와는 거리가 멀다. 1998년 클럽 마스터플랜이라는 작은 무대에서 첫 발걸음을 내딛은 MC메타는 아직도 무대에 굶주려 있다.

-'쇼미' 시즌 6가 끝났다. 어떻게 봤나?
"대한민국에 그렇게 많은 래퍼 지망생이 있는지 몰랐다.(웃음) 그 많은 사람들이 '쇼미' 하나에 몰리는 이유는 그 외에는 이들이 음악만으로 자기의 실력을 증명할 무대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기 있는 장르에 무대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은 굉장히 기형적인 것이다."

"음악적 커리어가 거의 없는 사람도 방송을 통해 스타가 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 이후에 음악적 노력을 할 수 있는 토양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앨범을 발매하거나 다양한 라이브 공연을 통해 역량을 키우고 팬덤을 키우며 뮤지션으로 성장해야 된다. 그럴만한 무대가 아예 없으니까 굳이 앨범을 만들 이유가 없다. 행사 뛰면서 돈 벌다가 다음 시즌 '쇼미'에 다시 나가면 된다. 뮤지션으로서의 활동이 전적으로 '쇼미'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

이제 래퍼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쇼미'에 나오는 래퍼와 나오지 않는 래퍼. MC메타는 "이그니토는 독보적인 스타일의 래퍼다. 가사의 문학성도 높고, 표현력이 다른 래퍼와는 다르다"면서 "그런 래퍼가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쇼미'까지 나가는 데는 어떤 절박함이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연 여부에 따라 공연비의 단위 자체가 바뀌는 환경이 래퍼들을 무한경쟁의 무대로 떠민다는 것이다.

"그걸 지켜보는 래퍼 지망생들이 미쳤다고 정규앨범을 작업하겠는가. '쇼미'에서 튈 수 있는, '쇼미'가 좋아하는, '쇼미'에서 성공할 수 있는 모델만 분석하며 그들이 되려고 한다. 제가 레슨하는 10대 학생들이 대부분 '돈 많이 벌고 싶다. 나를 무시한 이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소재로 가사를 쓴다. '너만의 얘기를 해보라'고 하면 오히려 당황한다."

CJ 엔터테인먼트는 '쇼미' 제작은 물론 힙합 레이블들도 잇따라 인수하고 있다. 장르음악 진영까지 지분을 넓혀가는 대기업의 행보를 보며 그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그는 "부정적인 입장과 긍정적인 입장 양쪽 의견을 다 이해한다"고 말했다. '모두의 마이크'라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겪은 경험 때문이다.

"'모두의 마이크'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순수하게 랩 하나로 평가하고 기회를 줄 수 있는 무대를 만들자는 의도였다. 시즌 3까지 진행했는데, 시즌 1 당시에는 스트릿 브랜드를 운영하는 친구에게 협찬품을 받아 선물했다. 참여한 친구들에게 어땠냐고 물어보니까 '길거리에서 버스킹하다가 제대로 된 음향 시설에서 공연하니까 좋다'면서도 '우리가 돈을 벌었냐. 그 다음은 무엇이냐'고 말하더라. 그래서 협찬사들을 찾았다. 음원은 물론 뮤직비디오 제작까지 데뷔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참가자만 1~200명에 관객도 6~700명까지 찾아오더라. 단순하게 자본의 진출이 문화를 파괴하는 것으로만 볼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힘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라이브 클럽데이인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KT&G에서 힙합 듀오 가리온이 공연을 하고 있다. 2015.4.26/뉴스1

-언더그라운드 공연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행사 공연 말고는 무대가 없다는 것이 서글프다. 가리온은 무대에서 태어난 팀이다. 공연을 시작했던 클럽 마스터플랜이라는 무대가 없어진 이후 지금까지도 무대가 없다. 저희는 저희끼리 실향민이라고 부른다. 음악적 실향민이자 방랑하는 유목민이다. 예전부터 농담처럼 했던 얘기가 재벌 2세, 3세 중에 힙합 팬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웃음) '인생을 힙합에 바치겠다'는 '힙돌이'가 양질의 래퍼 인큐베이터로 쓰라며 공연장을 제공해준다면 무상으로 일할 수도 있다."

-힙합이 외형적으로 성장하면서, 대중들에게 '머니 스웩'이나 '디스', 여성혐오 등 부정적인 면이 많이 부각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런 모습들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힙합 자체의 문화적 성격은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있다. 어떤 래퍼가 여성혐오를 드러낼 때 정치적 의도를 따로 품는 것은 아니다. 자기 자신을 드러낸 것이다. 90년대의 미국 힙합에서도 동성애 비하가 자주 쓰이던 소재였다. 하지만 이후에 영향력이 커진 래퍼들이 성찰과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성장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솔직하게 밝히는 것까지도 힙합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단계까지 나아간 래퍼들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쇼미'도 다양성을 조명하기보다는 잘 팔리는 요소에 집중한다. 시즌 2 지원자 중에 한국에서 여성이 겪고 있는 부당한 차별에 대한 내용을 랩한 여성 래퍼가 있었다. 랩 스킬은 좋지 않았지만 저는 '쇼미'에 이런 래퍼들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폭 넓고 다양한 래퍼들이 이 문화에 있다는 부분을 '쇼미'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6년 안에 3집이 발매될 것이라고 했었는데.
"할 말이 없다.(웃음) 음악적인 이유가 있다. 힙합 안에서도 새로운 타입과 스타일의 음악들이 나오고 있다. 원래 저희의 음악적인 흐름을 가져가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지점들을 찾다보니 고민이 점점 늘더라. 지난해 연말에 앨범을 내려고 하다가 엎었다."

"아내가 '당신도 옛날의 배고픈 래퍼는 아니다. 어떤 눈물을 쪼아먹으며 가사를 쓰냐'고 묻더라. 저도 '무투' 가사를 쓰며 와신상담하던 그때의 MC메타는 아니다. '과연 내가 어디서 얘기를 끄집어낼 수 있을까' 고민할 때 공교롭게 작년의 상황들을 거치면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알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저 스스로에게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더라. 가사를 쓰고 내용을 풀어내는 것에 있어서 고민을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측면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게 됐다."

발매 예정 시기를 묻는 질문에 MC메타는 대답을 망설였다. 그는 "2017년 말이나 2018년 초 사이에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만 있다"며 웃었다. 기다림의 시간은 1년 더 늘어났다. 다만, 가리온이기에 한 단계 진화한 음악으로 돌아올 거라는 확신이 든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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