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비트, 국민은 라임"…MC메타를 만나다 ①

MC메타가 21일 동교동 스튜디오에서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너와 나의 연결고리/이건 우리 안의 소리" 힙합에 관심이 없어도 어디선가 이 노래는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래퍼 도끼와 더 콰이엇, 빈지노의 '연결고리'는 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멤버 바비가 '쇼미더머니'에서 부르면서 더 큰 인기를 얻었다.

이 곡의 백미는 단연 중독성 있는 훅(Hook)이다. 두 음절씩 끊어뜨리며 반복되는 짧은 후렴구가 청자를 몰입시킨다. 이 후렴의 주인공이 바로 MC메타다.

MC메타는 한국 힙합의 "마지노선이자 최전선"인 그룹 가리온의 일원이다. 1998년 활동을 시작한 가리온은 언더그라운드 힙합 그 자체다. 2011년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을 차지하고, 지난해에만 싱글 5곡을 발표한 현재진행형인 전설이다.

그에게 가장 익숙할 공간인 무대 위가 아닌 청와대에서 MC메타가 마이크를 쥐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8월 문재인 정부의 출범 100일 기념으로 열린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MC메타는 "음악으로 먹고살기 너무 힘들다"고 외쳤다.

21일 저녁 마포구 동교동 FNC 아카데미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단단한 저음으로 말하는 MC메타의 목소리는 때때로 랩처럼 들렸다.

-국민인수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지 영상 '그래요 문재인'을 찍은 적이 있다. '대통령은 비트고, 국민들의 다양한 소리는 라임이다. 비트가 돼서 국민들의 다양한 소리를 실어달라'고 표현을 했었는데 인상적으로 들었나보더라."

"힙합에 대한 대중들의 인지도가 올라갔으니까 랩의 방식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왔다. 재미있는 시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국민의 라임'이라는 행사를 기획했고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 이후에 대국민 보고대회 며칠 전에 갑자기 연락이 와서 참여하게 됐다. 사실 생방송되는 줄도 몰랐는데 편안한 마음으로 갔다가 깜짝 놀랐다."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음원 수익 구조를 지적했다.
"음원 수익 문제는 음악하는 사람들의 숙원 중 하나다. 철옹성 같이 절대 무너지지 않는 수익 구조의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한때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도 안된다. 어차피 못 깨니까 계속 던져서 더럽히기라도 하자'는 얘기까지 했을 정도다. 불공정한 음원 수익 구조 개선의 필요성과 뮤지션들이 먹고살기 힘든 환경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아래 재생버튼을 클릭하시면 MC메타의 생생한 육성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음악을 해왔지만 음악으로 직접적으로 먹고살 수가 없었다. 저도 사실 여기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한다. 오늘도 대전맹학교에 가서 시각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랩 트레이닝을 하고 왔다. 생활할 수 있는 수익을 만들어 주는 일들이다. 이 일을 못하면 먹고살 수가 없다. 당연히 튀어나오는 이야기가 '음악만으로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다'. 다른 일을 해야되고 음악을 점점 못하게 되는 상황이다. 내 음악이 별로고 대중들이 싫어하면 스스로가 당연히 100%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그런데 수익 분배 구조 자체도 문제지만, 내가 생산한 것의 가격조차 스스로 매길 수 없다. 1만원에 팔고 싶은데 '1000원에 팔아. 이것 다 덤핑으로 50원에 넘겨' 이런 식이다."

"당일날 질의를 해야된다고 하면서 패널처럼 앞에 자리를 만들어줬더라. 당황스러웠지만 저도 워낙 프리스타일 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즉흥적으로 했다. 다음날 저보다 형님 뻘인 다른 장르 뮤지션들에게 문자가 왔더라. '우리의 숙원을 얘기해줬다. 잘했다'며 머리를 토닥여주시더라.(웃음)"

-음원 수익이 분배되는 비율이 어떻게 되나?
"기본적으로 유통사가 절반이 조금 안 되게 가져가고, 남은 것들을 제작사와 뮤지션이 가져간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뮤지션에게 떨어지는 수익 자체가 100원 미만이다. 워낙에 싸니까 아무리 많이 플레이되도 큰 돈이 되지 않는다. 적절하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돈벌이가 안된다."

보고대회 당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음악 스트리밍 상품의 경우 매출액의 60% 정도가 창작자에게 간다. 그 중 작사·작곡가에게 10%, 가수에게 6%가 돌아간다. 스트리밍 수익 4.2원 중 작사·작곡가에게 돌아가는 몫은 0.42원, 노래나 연주 등 실연자의 몫은 0.25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MC메타가 한 때 대학병원에서 주차 관리요원으로 일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아는 얘기다. MC메타는 "그때도 저희 음악은 비주류였다. 대중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음악은 아니었다"며 "6년 가까이 앨범을 준비했는데 30대 중반쯤에 졸지에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사람이 됐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성실하게 일을 했더니 주임까지 맡았다. 4대보험 받는 정직원이 됐지만 2집을 준비하기 위해 돌아왔다"는 그에게서 자신의 삶에 긍지를 가진 이들만이 가진 미소가 엿보였다.

다녀왔습니다. #청와대영빈관 #대국민보고대회

MC META 가리온 (GARION)(@mc_meta)님의 공유 게시물님, 2017 8월 20 오후 7:08 PDT

-지난해 '음악인 시국선언'과 탄핵집회 공연에 참여했다. 다른 래퍼에 비해 사회 참여가 활발한 편이다.
"작년에 한국이 유례없는 상황을 겪었다. 문 대통령이 혼란한 정국을 헤쳐나가고 바로 세울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지지선언을 했던 것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제가 정치적으로 발언한 것처럼 보여지지만 이전부터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저희 음악 자체가 그런 무드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때도 시청에서 공연했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 조선인 학교가 무너져서 건립 자금을 마련하는 취지로 배우 권해효씨가 진행했던 몽당연필 콘서트 때도 몇 차례 공연했었다. 김재철 사장 시절 MBC 총파업 콘서트에서도 기자, PD분들을 응원하며 '무투'를 부르기도 했다."

"가수 이승환 형님이 '엘리트로 부족한 것 없이 커 온 사람이 왜 이렇게 바뀌었냐'는 질문에 '그 분(이명박 전 대통령) 때문이다.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하고, 저런 공약을 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지?' 하면서 정치적 발언에 적극적인 모습을 띄게 됐다고 말하더라. 저 역시도 박근혜 정권을 보고 굉장한 자괴감을 느꼈고,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뭐라도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더욱 분명하게 얘기하고 표현하자는 차원에서 지지라든가 공연 무대에 올라간 것이다."

-혹시 '이니 시계'는 받으셨나?
"못 받았다. 따로 주시지는 않았다. 대국민 보고대회에 참여하신 분들 전체가 작은 쇼핑백을 받았다. 집에 가서 열어보니 머그컵이더라. 많이들 받고싶어 한다는 얘기는 들었다. 오히려 박근혜 전 대통령 시계가 더 귀하지 않을까?(웃음)"

지난 8월 MC메타는 주진우 시사IN 기자와 함께 이승환의 새 싱글 '돈의 신' 작사에 참여했다. MC메타는 "40, 50대 셋이서 새벽에 야식 먹으면서 거실에서 20대 애들처럼 작업했다"며 "확실히 꾼들이다. 두어 시간만에 작업이 끝났다"라고 뒷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돈의 신? 앨범 설명에 따르면 "오로지 돈을 위해 국가와 국민을 외면했던, 아니 이용했던 한 실존인물"이란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가리온 #MC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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