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등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2017.8.30/뉴스1

악수와 묘수는 한 끗 차이다. 대법원이 2015년 7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부대' 동원 사건을 파기환송했을 때만 해도 원 전 원장의 상고는 '묘수'에 가까웠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가 30일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면서, 결과적으로 원 전 원장의 선택은 패착이 되고 말았다.

파기환송심은 이날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과 국가정보원을 위반한 혐의로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원 전 원장은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사이버 활동은 내용 자체가 특정 정당 소속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취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며 "선거운동으로 충분히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만약 원 전 원장이 이전 항소심에서 상고하지 않았다면 징역 3년을 채우고 2018년 2월 출소할 수 있었다. 2015년 2월 9일 2심 판결이 내려지면서 바로 법정구속됐기 때문이다. 원 전 원장이 사건을 3심까지 끌고갔다가 파기환송되면서 오히려 형량은 더 무거진 셈이다.

원 전 원장은 2015년 10월 대법원이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면서 보석으로 풀려났다.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기 때문에 2015년 2월~10월 이미 복역한 8개월을 제외하고, 3년 4개월을 더 교도소에서 보내야 한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원 전 원장은 2020년 12월 출소할 것으로 보인다. 상고로 인해 평창 동계올림픽은 물론, 러시아 월드컵과 도쿄 올림픽 또한 안방에서 시청할 기회를 잃게 된 것이다.

2013년 6월 기소 이후 원세훈 전 원장의 판결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1심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정치공작 목적으로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다. 

판결은 2심에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통령 경선에서 승리한 2012년 8월 이후 국정원 트위터 계정의 게시글이 급증했다고 판단했다.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은 원 전 원장은 즉각 상고했다. 

대법원에서 다시 한번 반전이 일어난다. 대법원이 2심에서 선거법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문서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해당 파일은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이메일에서 압수된 것이다. 국정원이 직접 관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 269개의 ID와 비밀번호가 그 내용이다. 

김씨는 검찰 수사과정에서는 해당 문서를 자신이 작성했다고 진술했으나, 재판에서 이 진술을 부인했다. 대법원은 해당 문서파일이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은 해당 증거를 제외하고도 충분히 원 전 원장의 혐의를 유죄로 볼 수 있다고 봤다. 2013년 기소 이후 4년간의 재판은 원 전 원장에게 결국 '장고 끝에 악수'로 끝났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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