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10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퇴임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7.4.10/뉴스1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일 "첩이 아무리 본처라고 우겨본들 첩은 첩일뿐"이라고 밝혔다. '보수 적자'의 자리를 경쟁하는 바른정당은 '첩'이며 한국당은 '본처'라는 것이다. 홍 대표의 이런 비유는 왜곡된 여성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위적인 정계 개편으로 인한 정당의 통합이 아니라, 국민이 선거로 심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우파진영 통합을 자연스레 해줄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권자와 정당의 관계를 일부다처제의 부부 관계와 흡사하게 여기는 인식이 드러난다. 정당이 유권자의 표를 받는 것처럼 여성 또한 남성에게 '선택' 당하는 수동적 존재라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홍 대표의 성차별적인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대선 당시 홍 대표는 과거에 발간한 저서 내용이 재조명되며 곤욕을 치렀다. 2005년 발간된 홍 대표의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에는 '홍 대표가 대학 재학 시절 성폭행 모의에 가담했다'는 내용이 있어 논란이 됐다. 

"(…) 그래서 우리 하숙집 동료들에게 흥분제를 구해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하숙집 동료들은 궁리 끝에 흥분제를 구해 주기로 했다. (…) 그 여학생 모르게 생맥주에 흥분제를 타고 먹이는 데 성공해 쓰러진 그 여학생을 여관까지 데리고 가기는 했는데 막상 옷을 벗기려고 하니 깨어나서 할퀴고 물어뜯고 실패했다는 것이 그 친구의 주장이었다."

홍 대표는 처음에 "들은 얘기일 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후 홍 대표는 "친구의 성범죄를 내가 조금 묵과했다는 이유만으로 형편없이 몰았다"고 불만을 떠뜨리기도 했다.

약물을 이용한 성폭행 시도 자체와 성범죄를 "장난삼아 한 일"로 여기는 인식도 문제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진 직후 제대로 된 사과 없이 변명에 급급해 잡음을 더 키운 측면이 있다. 당시에도 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홍 대표는 여성의 사회진출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며 여성을 비하한 전력이 있다. 

홍 대표는 지난 4월 YTN의 모바일 프로그램 '대선 안드로메다'에 출연해 "남자가 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하는 일이 있다"며 "하늘이 정해놨는데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한테 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설거지를 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서는 경쟁 후보인 나경원 의원에게 "거울 보고 분칠이나 하는 후보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09년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맡던 시절,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일하기 싫으면 집에 가서 애나 보든지 의원 배지를 떼라"고 말했다.

발언이 논란이 될 때마다 사과하고, 또 다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말실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성차별적 사고체계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포커스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홍 대표는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내고 강화하는 발언을 지속했다"며 "'남녀가 다르다'가 아니라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열등함을 타고났기 때문에 불평등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홍 대표의 성차별적 발언은 '말실수'가 아니라 평소의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공당의 대표로서 여성 인권이 신장하는 세계적 조류에 발맞춰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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