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출구조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뒤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2017.5.9/뉴스1

국가정보원이 적폐청산의 시동을 걸었다. 국정원은 11일 적폐청산TF를 구성하고 13개 조사 항목을 선정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조작'부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댓글 여론 조작,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 도입 등 한결같이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관여했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킨 사안들이다.

서훈 국정원장은 지난달 1일 취임식 직후 '국내정보 담당관' 제도의 완전하고 즉각적인 폐지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내 부처·기관·단체·언론 출입 담당관이 전면 폐지됐다. 적폐청산TF의 구성 또한 '국정원을 반드시 개혁하겠다'는 문재인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읽을 수 있다.

지난 9년간 정권을 잡았던 보수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3일 "국정원이 TF를 구성해서 활동하고 있는 것 자체가 정치 관여"라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이미 검찰 조사가 다 끝났는데 국정원에서 무슨 권한으로 조사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의 주장과 달리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선정한 13건의 사건들은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검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거나 국정원의 비협조로 표류한 경우도 많았다.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이 대표적이다.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됐던 문건이다. 국정원은 작성자로 의심되는 직원에 대한 소환조사를 반대했다. 검찰은 실상을 정확히 밝히지 못한 채 무혐의로 결론냈다. 보수정권 9년,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을 불러왔던 13건의 사건을 '타임라인'으로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명확히 보인다. 

보수야당이 적폐청산 TF의 움직임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은 개혁의 칼날이 자신들의 목을 향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발언에서 '보복'이라는 표현이 반복되는 이유다. 

"국정원을 정치에 끌어들이고 정치 보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정보위원장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 11일 원내대책회의

"적폐란 말을 이용해 정치 보복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13일 YTN라디오

'남이 저에게 해를 준 대로 저도 그에게 해를 준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보복(=앙갚음)을 이렇게 정의한다. 자유한국당이 적폐청산TF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대로 들어있다. '한국당(남)이 민주당(저)에게 해를 준 대로' 되갚는다는 의식의 발로다. 외려 국정원 개혁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셈이다. 

정해구 국정원개혁발전위원장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원 개혁을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물타기"라고 일축했다. 

정 위원장은 "국정원은 정보기관이기 때문에 검찰이나 특검이 제대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다"며 "1차적으로 내부 기록을 조사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검찰에 수사의뢰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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