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온양읍 시가지 곳곳에 부산 기장군 장안읍 산폐물 처리장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울산=포커스데일리) 산업도시 울산의 산업폐기물 처리용량이 턱 밑까지 차 올랐다. 울산 산업계는 앞으로 4년 내 매립량이 포화 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공영개발이나 컨소시엄 형태의 민간개발 매립장 확보는 주민 반발과 울산시의 대책 마련 미진으로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 기업은 자가매립으로 돌파구를 찾아 나섰고, 울산 상의는 지역 정치권 문을 두드려 호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기다 울주군은 산폐물 버릴 곳을 찾는 부산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폐기물 대란 위기에 맞닥뜨린 울산 산업 현장을 짚어봤다.

□배출은 갈수록 늘지만 매립장 확보 못따라가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 사업장 4000여 곳에서 배출하는 산폐물은 하루 평균 8000t을 넘어서고 있다. 2017년 7518t, 2018년 7615t에서 2019년 8270t으로 크게 늘었다. 아직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로는 폐기물의 증가세는 더 가팔라진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산단이 늘어날수록 산폐물의 양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울산에는 추가로 국가산단인 온산공단 확장(159만 ㎡)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산단 조성은 추진중이거나 계획도 있어 폐기물 발생량은 갈수록 늘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울산에서 산폐물을 매립 처리하는 업체는 코엔텍, 이에스티, 유니큰 등 3곳 뿐이다. 코엔텍을 제외하면 모두 소규모 시설이다. 민간시설이다 보니 공공시설과 달리 수익성이 우선이다. 잔여 매립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가급적 단가가 높은 산폐물 위주로 선별해 받다보니 처리비용은 껑충 뛰었다.

이 바람에 울산의 상당수 사업장들은 물량을 타 지역에서 처리하고 있다. 높아진 처리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일부 사업주는 농지나 야산 등에 불법 투기하는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한 사업장 관계자는 “3년 전 ｔ당 14만 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ｔ당 3배에 육박한다”며 “울산 외곽으로 보내면 추가 운송비까지 더해지니 부담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영 매립장 확보가 절실하지만, 추진은 제자리 걸음이다. 울산시는 폐기물 매립업체의 처리용량이 한계치에 육박하자 지역업체의 폐기물 대란 사태를 막기 위해 코엔텍 120만 ㎡, 이에스티 18만 ㎡ 규모의 증설을 승인하고 최근에는 민간업체 2곳의 매립장 신청에 적정 통보를 내렸다.

매립장 부족 사태는 울산시가 충분히 예견했던 문제다. 그간 산업계에서는 공영개발이나 컨소시엄 형태의 민간 매립장 확보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추진은 공회전에 그치고 있다. 매립장이 대표적인 주민기피시설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보니 소극적으로 대처한 게 이유다.

울산시의회 장윤호 의원은 “지난 십여년 간 울산시가 신규 매립지 조성허가를 반려하는 등안 매립시설 부족으로 폐기물 처리단가는 폭등하고, 기업 경쟁력은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5년 이후 2~3년 간 대란 예고

울산 상의는 울산지역 산폐물 매립 잔여량 규모를 189만 ㎡로 추정하고, 포화시점을 오는 2025년으로 예상했다. 상의는 울산시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추진 중인 온산공단 확장 계획에 포함된 매립장 공영개발이 완공되는 2028년까지 2~3년 간 폐기물 대란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 지난 6월 지역 국회의원과 가진 간담회에서 폐기물 매립시설 확충을 1순위로 건의했다. 상의는 산폐물 대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조속한 공영개발 추진과 함께 추가로 민간 또는 민간 주도 컨소시엄 방식의 매립시설 확충이 화급을 다툰다고 했다.

상의가 지적한 산폐물 대란 우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됐다.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공영개발이나 컨소시엄 형태의 민영개발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울산시의 대책 마련은 그때마다 미진했고, 다급해진 기업들은 자가매립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특혜시비까지 벌어졌다. 온산공단 내 고려아연이 폐기물 자가매립장(70만 ㎡)을 만들겠다며 제출한 계획을 울산시가 승인하자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산업계에서는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 달라고 아우성이다. 울산의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만큼 부족한 매립장 문제 해소를 위해 공론화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환경부 지정연구기관인 울산녹색환경지원센터 연구 결과에서도 울산은 2050년까지 1625만2000㎡ 규모의 추가 매립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장안읍에 신설 마찰

매립장 부족 사태는 울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울산은 전국적인 문제의 축소판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산폐물 버릴 곳을 두고 행정구역을 경계로 한 지자체 간 갈등도 벌어지는 상황이다.

부산시가 기장군 장안읍 일대에 추진하는 폐기물 매립장이 대표적 사례다. 부산 내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은 부산 강서구에 있는 부산그린파워 단 한 곳뿐이다. 그런데 이 시설은 4년 뒤인 2025년이면 운영이 종료된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건설 중인 시설은 아직 없다. 이 업체가 운영을 종료하면 부산에서 산업 폐기물을 처리할 시설은 사라지는 셈이다.

부산시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인데, 최근 18만 ㎡ 규모의 산폐물 매립장 부지로 장안읍 명례리 산 71의 1 일대를 선택했다. 그런데 해당 부지는 울주군 온양읍 주거지역과 그리 멀지 않다.

당장 울주군이 발끈했다. 이선호 군수는 “매립장 위치는 행정구역만 부산 기장군일 뿐 실제로는 울주군과 바로 인접한 지역”이라며 “매립장 설치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이 떠안는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온양읍 시가지 일대는 부산 폐기물처리장 건립 반대를 요구하는 현수막 등이 내붙었다.

지난 9일 부산시청 앞에서 장안 산폐물 매립장 철회 1인 시위를 벌인 온양읍을 지역구로 한 서휘웅 시의원은 “매립장 신청 부지가 온산읍 경계와 불과 300여 m 떨어진 곳”이라며 “매립장 추진은 온양 주민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정두은 기자  jde03@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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