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에게 전한 초등학생의 감사편지(사진=울산남부소방서)

(울산=포커스데일리) '300'이라는 숫자는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소방관에게 이 숫자는 300초다.

화재 현장 5분 내 도착의 중요성이라는 큰 의미로 먼저 다가선다.

화재 시 5분 이내 현장에 도착하지 못하면 초기 진압에 실패해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정지 환자도 5분이 지나면 뇌 손상이 시작돼 뇌사 상태나 사망에까지 이른다.

5분을 ‘골든타임’이라 부르는 이유이다.

지난 8일 울산 33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화재 영화 ‘타워링’을 연상할 만큼 불길은 거센 강풍을 타고 위로 치솟아 건물을 순식간에 휘감아 버렸다.

시민들은 가슴을 졸이며 발을 ‘동동’ 굴렀고,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늦은 밤, 그것도 강풍이 몰아치면서 가연재들이 뿌지직 타는 소리를 내며 활활 타오르던 그 시각에 시민들은 대형 참사가 날 것이라는 불안한 마음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울산 소방의 골든 타임 확보에 이은 인명구조, 화재 진압 등을 목격하면서 이 같은 불안은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12일 울산소방에는 화마와 장시간 힘겨운 사투를 벌인 소방관들의 노고가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편지와 격려품 전달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편지에서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살신성인하시는 여러분이 정말 존경스럽고, 울산 시민으로서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민은 "저희의 진정한 영웅들께 약소하지만 작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표현했다.

울산 소방이 소방관들에게 전시장을 휴식 장소로 제공한 화재 현장 인근 밴츠 매장을 찾아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사진=울산남부소방서)

화재 현장에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을 발했다.

불이 난 건물 인근에서 영업하는 벤츠 매장은 9일 하루 영업을 중단했다.

대신, 화재 진압에 동원된 소방 인력 1300여 명이 잠시나마 쉴 수 있도록 자동차 전시장을 휴식공간으로 제공했다.

매장 측은 식사와 간식거리 등 1000만 원 상당의 물품도 장시간 화마와 사투를 벌였던 소방관들에게 지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부소방서 의용대원들은 소방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화재가 발생한 곳이 대로변이다보니 차량 통제와 인원 대피 등 지원에 나서 소방관들이 화마와의 사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묵묵히 지원군 역할을 책임졌다.

정두은 기자  jde03@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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