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짜유기 이종덕 명인이 공장에서 좌종을 울려보고 있다. 2020.04.20 신홍관 기자 hksnews@ifocus.kr

(서울=포커스데일리) 신홍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사회적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통문화 속 감염병 예방의 지혜가 담긴 방짜유기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방짜유기 제작으로 인간문화재에 등록된 장인이 전북 정읍에서 그 맥을 이어가고 있어 생활속 방짜유기의 가치와 전통문화 계승이란 차원에서 재조명이 절실하다.

정읍 소성면 폐교 시설에서 방짜유기 공장을 운영하며 제작에 몰두하고 있는 이종덕 장인이 바로 그다.

전통 공예인 방짜유기 제작에 심혈을 기울인 이종덕 장인은 이 분야를 독학으로 개척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선 방짜유기 분야 장인들의 영향으로 외길을 선택했지만, 손수 체험과 혼자만의 기술 습득을 위해 27년간 한시도 게을리하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다.

'생명의 그릇'이라 불리는 방짜유기의 '생명'은 순수한 재료가 관건이다.

이종덕 장인은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유명인들이 '30년은 갈고 닦아야 방짜를 터득할 수 있다'는 말은 지나친 얘기"라면서 자신이 외길을 걸어온 사정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꽹과리의 경우 6개월만 기술을 연마하면 가능하다. 방짜유기의 핵심은 얼마나 순수한 재료를 사용해서 만드느냐가 핵심"이라며 단호한 말을 했다.

이종덕 장인은 "방짜유기에 있어서 '쟁이'는 무엇보다 가장 좋은 원재료를 구해 사용하는 것이다”며 재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순수재료를 속이지 않고 사용하는 진실만이 방짜유기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지름길이란 설명이다.

값싼 맛에 고물상에서 재료를 구입하는 시중의 세태를 꺼낸 이종덕 장인은 "오로지 조달청에서 원재료를 구입하는 나를 향해 바보 멍청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경험담을 소개했다.

15년전 부산에서 열렸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때 세계 지도자들의 식사가 방짜유기에 담겨져 나왔고, 부시 전 미국대통령 방한때도 청와대 만찬용 식기로 방짜유기가 사용된 적이 있다. 드라마 대장금 소품으로 쓰인 왕의 수라상과 사대부가 밥상의 식기로 방짜유기가 등장해 전통 유기에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

방짜유기 이종덕 명인이 방짜유기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0.04.20 신홍관 기자 hksnews@ifocus.kr

코로나 감염병 위력으로 전 세계가 세계대전 못지않은 공황에 빠진 시점에 감염병 예방을 위해 전통 식기 사용이 또 하나의 처방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방짜유기와 관련 '울음 잡는 가질꽃'을 집필한 김성수 씨는 저서에서 "가마솥에 누룽지를 놋수저로 박박 굵어서 주시던 분은 누구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조선 시대에는 임금님도 놋수저를 썼다. 왜 왕은 놋수저를 썼을까. 아마도 사용하면서 체득된 지혜의 결과물이었을 것"이라며 옛날 생활속 지혜에 대해 설명했다.

김 씨는 "식중독, 균 등 각종 유해 세균의 살균 효과와 해독성,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 성분이 생성되어 건강에 매우 좋았다는 것을 검증할 시스템은 없었겠지만 오랜 경험 속 노하우를 통해 알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과학의 발달속 세계적 감염병에 지구촌이 흔들리고 있는 사실은 성경속 급성 돌림병 예언에서 찾을 수 있지만, 방짜유기 사용이 하나의 처방이 되고 전통문화 계승에도 한몫할 수 있다는 논리가 주목받고 있다.

신홍관 기자  hksnews@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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