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시내 한 의원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서울=포커스데일리) 이현석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국회 본청 계단 앞에 설치한 천막에서 이틀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단식 돌입 전 한 병원에 들러 영양제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단식에 들어가기 하루 전날인 지난 19일 오전 한 동문회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다.

해당 병원의 한 직원이 올린 것으로 보이는 이 게시물에 따르면 황교안 대표는 서울 시내 한 의원에 들러 영양제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홍보를 위해 올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게시물에서 병원 직원은 황 대표의 사진과 함께 "머리 많이 기르셨다"라며 기념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활발한 의정활동을 기대하겠다고 한 직원은 '요즘 환자가 너무 많다면서 건강 검진 받으로 오세요'라고 병원 홍보도 빼 놓지 않은 것으로 봐 다음날 황 대표의 단식 예정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병원은 황 대표의 영양제 주사를 맞은 사실을 묻는 확인 요청에 "개인 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역시 귀족 검사 출신 황 대표 답다', '몸 걱정 미리 했네', '삭발에 이어 단식까지 이제 당 대표 사퇴만 남았다'는 비야냥 댓글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한 시민은 "치밀한 단식을 계획했건만 만천하 공개됐다면서 수포로 돌아갔으니 어쩔거야"라고 꼬집었다.

"미루어 짐작하자면 지금까지 자한당 의원들 단식이 이런 식이었나 싶다."면서 "정말 절박할 때 죽음을 각오하고 의지를 보여주는 게 단식"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황교안 대표의 단식 투쟁 첫날인 20일 한국당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황 대표는 전날 오후 청와대 앞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죽기를 각오하겠다"며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기자회견 후 황 대표는 보도블록 위에 스티로폼 돗자리를 깔고 앉아 투쟁을 시작했다. 

한국당은 당초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 텐트 2동을 설치하려고 했으나, 경호상 이유로 텐트 설치가 불허되면서 약식으로 스티로폼 돗자리를 깔고 네 모서리를 모래주머니로 고정해 자리를 마련했다.

왼쪽에는 태극기, 오른쪽에는 당기를 세워 '구색'을 맞췄다가 철수했다. 경호상 텐트 설치가 허용되지 않는 데다, 텐트 없이 겨울철 24시간 농성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한국당은 청와대 앞 투쟁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단식 투쟁 장소를 국회로 변경했다.

황 대표는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주최의 집회에 들렀다가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의 손에 이끌려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과 함께 연단에 올랐다.

단식투쟁에 돌입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20일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집회를 찾아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와 함께 연단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온라인커뮤니티

황 대표는 전 목사와 손을 잡고 좌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만세'를 외치기도 해 당내에서도 중도 표심이 떠나갈 것을 우려해 뒷말도 무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목사는 황 대표와 함께 연단에 서서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하나님의 능력", "여기 온 언론 중 90%는 주사파 언론, 평양에서 온 언론. 정신나간 사람들", "주사파는 정치할 자격이 없다"는 등의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전 목사가 "우리 황 대표는 기도하는 사람이다. 사람의 말만 듣지 않고 하나님하고(도) 교통한다. 왜 여러분들이 자꾸 다른 길로 끌고가냐"고 말하자 황 대표는 "아이고"라며 어색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일단 지난 2개월 전 삭발에 이어 단식이 명분과 실리도 없는 정치적 쇼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당 안팎에서 일자 당황해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역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홍 전 대표는 황 대표의 단식에 대해 "포승줄이라고 본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미동도 안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현석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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