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가 25일 중부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 설립 이후 병원 측이 벌인 부당노동행위를 폭로하며 특별근로감독 시행을 촉구했다.<사진=보건의료노조>

(인천=포커스데일리) 보건의료노조가 25일 인천중부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병원 측의 부당노동행위를 폭로하며 특별근로감독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가천대병원은 19년 전 민주노조가 처음 설립되었을 당시 갖은 탄압으로 끝내 노조를 좌초시킨 병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일 새 노조인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가 설립되자 가천대병원은 노동조합 간부를 미행하고 정당한 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등 이번에도 역시 부당노동행위 퍼레이드를 펼쳤다는 것. 

새 노조가 설립되자, 병원측은 노조 간부에게 '부서이동'을 들먹이며 협박하거나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업무를 재설계하겠다"며 회유했다고 한다. 

노조가 정당한 조합가입 권유 활동을 CCTV로 동선을 감시하고 직원들의 퇴근 경로까지 통제해 가입을 방해했다고 전했다.  

병원 중간관리자들은 노조 탈퇴조합원들과 미가입 직원들을 확인해 기업노조 가입을 강제하고 업무시간이 아닌 토요일 저녁 7시에 직인도 없는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를 게시해 새 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했다는 설명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병원을 개인의 사유물처럼 여기는 오너가 있는 병원들은 온갖 갑질과 열악한 노동조건의 온상이었다."며 "노조가 생기자 갑질이 멈췄고, 사측은 노조와 함께 병원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성실히 협상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천대길병원만은 오히려 노조를 탄압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것. 

이에 이들은 정부가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 노조가입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발표까지 했음에도 길병원은 이에 역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가천대길병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철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안병훈 가천대길병원지부 수석부위원장은 "현재 병원은 출근시부터 퇴근시까지 강수진 지부장을 감시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퇴근 후 강수진 지부장의 이동 동선까지 확인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었던 '감염관리와 환자안전사고 예방'이라는 허울뿐인 이유로 야간 및 심야시간 출입로를 차단하고 직원들의 퇴근경로를 강제로 변경해 새 노조의 홍보활동을 차단했다"고 증언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을 방문해 '슈퍼갑질' 노조 파괴 부당노동행위 가천대길병원 특별근로감독 요청 공문을 전달했다.

한편 지난 20일 길병원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천주교인천교구노동사목에서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 설립총회가 열렸다.

이날 설립총회에는 조합원 투표를 통해 강수진 가천대길병원지부 초대 지부장과 안병훈 수석부지부장, 정영민 사무장 등이 선출됐다.

길병원 직원들은 지난 4월 말부터 '길병원 직원모임'이라는 오픈 카카오톡을 만들고 자신들이 겪은 갑질 사례를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사진출처=JTBC뉴스룸 캡쳐>

◆ 새노조 설립·가입 줄 이어…'수퍼 갑질' 제보도 이어져

새로운 노조가 설립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가천대길병원 직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며 조합원 가입이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병원 직원 모임' 오픈 카카오 채팅방에는 노조 가입 방법과 진행 경과 등에 관한 의견 개진 등 직원들간에 격려와 다짐 등의 덧글들이 이어지며 오픈 채팅방 회원 수 한계치 1000명을 넘어 제2의 채팅방이 개설될 정도이다.

이 채팅방에는 일회용품의 재사용, 가운이나 응급실 환자 담요 등의 위생 상태 등을 지적하며 2차 감염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는 메르스 발병 초기단계 당시 간호사들에게 미관상 좋지 않다고 마스크도 못쓰게 했다는 믿지 못할 제보까지 올라오고 있다.

이들이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며 이른바 병원측의 '수퍼 갑질' 사례로 지적한 사례들에 따르면 회장 생일에 직원들이 축하 동영상을 보내고 공연을 해야 했고 회장의 사택(私宅) 관리와 사택 내 행사에 직원들이 동원됐다고 한다.

직원들은 또 여기에 출근기록은 할 수 있지만 퇴근기록은 할 수 없고 차세대시스템을 만든다며 이른 출근 늦은 퇴근 휴일근무에 시달려도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고 했다.

JTBC '뉴스룸'은 이 병원 이길여 이사장이 이른바 '갑질'을 일삼은 정황을 보도했다. 25일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일부 가천 길병원 직원들은 이 이사장의 생일축하 영상 제작에 참여해야 했다. 해당 직원들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영상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서는 병원의 부정부패가 도마에 오르고 회장 일가가 갖가지 수익사업을 도맡아 하며 보직자는 특혜를 누린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9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 병원에 수사관 14명을 보내 법인이사장비서실과 경리재무부서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길병원이 법인자금을 횡령, 보건복지부 고위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첩보를 입수해 지난해 6월부터 수사를 진행해 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아낄 것을 안 아끼고 직원들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병원 측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한숨짓고 있다.

이와 관련 길병원의 입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날 병원측은 JTBC뉴스룸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면서 "노조의 불법 행위 대해서 조치를 취하겠디"는 답변만 전했다.

특별근로감독 실시에 대해 노동청관계자는 "특별근로감독 실시 요청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3일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노동청장 면담 시 구두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한 사실도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청 관계자는 '월요일에 민주노총 인천본부에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는 사실은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또, 같은날 길병원에 파견됐던 근로감독관은 "노동자간 갈등이라고 판단해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근처에 있다 경찰이 철수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철수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직원들은 구노조측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구노조 탈퇴와 함께 새노조에 가입하는 조합원 인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JTBC영상 캡쳐>

이현석 기자  nkc1@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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