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 캡쳐

(서울=포커스데일리) 정두언 전 의원이 지난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있었다고 언급한 '경천동지' 할 일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제가 죽기 전에나 말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지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하나씩 패를 까는 모습이다. 

시작은 지난 1월 19일이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정두언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 상납된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경천동지할 일'을 무마하기 위해 사용됐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국정원 특활비 1억원 상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명품 쇼핑에 쓰였다는 의혹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에 의해서 제기됐다. 정 전 의원은 이를 "제가 볼 때는 근거가 없는 것 같고, 너무 나간 것 같다"며 "그거보다 더 할 수는 있다"고 운을 뗐다. 

정두언 = 그러니까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습니다,사실. 고비가 한 세 번이나 있었는데. 

김현정 = 어떤 거 지금 말씀하시는 거죠? 

정두언 = 그거는 제가 죽기 전에나 말할 수 있는 일들이 있거든요. 그게 대통령 후까지 이어집니다. 

김현정 = MB가 대통령 되는 그 과정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정두언 = 그렇죠. 거기서 별 일이 다 벌어지는데. 우리는 그런 걸 헤쳐 나왔죠. 그런데 그 후유증이 대통령 후까지 갑니다. 그걸 처리하는 과정에서 돈들이 필요해요. 

김현정 = 그게 특활비로 쓰였을 가능성. 지금 한 세 번 정도의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씀하셨어요. 

정두언 = 아주 그냥 경천동지할 일들이 벌어졌죠. 

정두언 전 의원은 나흘이 지난 23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보다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는다. 경천동지할 일은 △경선 뿐만 아니라 본선까지 포함해서 당락이 바뀔 수 있고 △돈과 관련이 된 불법적인 일이며 △이명박 당시 후보 측의 직계가족이 연루된 문제라는 것이다. 

정두언 = 아니, 뭐 정말 집요하게 물어보시니까… 참 곤란한데 돈 문제도 되고요. 불법적인 것도 되고 그렇습니다.
 
손석희 = 아니, 돈이 천문학적이라는 게 어느 정도 규모인지 제가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마는…
 
정두언 = 돈이 많고 적고가 중요한 건 아니죠.
 
손석희 = 그럼 돈을 잘못 썼다는 얘기가 되잖아요.
 
정두언 = 뭐 그런 얘기죠. 잘못 받았을 수도 있고. 
 
(중략)

정두언 = 후보 측의 문제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손석희 = 후보 측이라 하면 다른 사람도 포함이 됩니까?
 
정두언 = 가족도 포함되겠죠.
 
손석희 = 예, 형제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두언 = 형제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

손석희 = 알겠습니다. 직계가족으로 그러면 자연히 얘기가 수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는데, 거기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걸 막으려고 했다는 말씀이신가요?
 
정두언 = 제가 그런 일에 관여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사선을 넘나들었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참.

이후 정두언 전 의원은 한 달이 좀 더 지난 2월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가족을 김윤옥 여사로 못박았다. 아울러 '집권하면 모든 편의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고, 사재를 털어가며 요구하는 돈을 줬다고 말했다. 

김성곤 논설위원 = 경천동지에서 한 발짝만 더 나가 보자. 가족과 돈 얘기라고 했는데.

정두언 =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도 관련된다고 얘기했다. 돈 얘기 아닌 것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돈이다. 이후에 돈이 들어갈 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말 무덤까지 가져가야 한다. 밝히면 MB에게 큰 위해가 간다. 지금도 MB는 물려 있는 데 나까지….

김성곤 = 김윤옥 여사 얘긴가. 

정두언 = (한참 생각을 하더니) 엄청난 실수를 했다. 정신 나간 일을 한 것이다. 당락이 바뀔 수 있을 정도인데, 그 일을 막느라고 내가 무슨 짓까지 했냐면 '집권하면 모든 편의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서도 써 줬다. 거기서 요구하는 돈도 다 주면서…. 사재를 털어 가면서 많이 줬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MB 정부 출범 후에 찾아왔더라. 그래서 내가 "권력하고 멀어져 있었는데 살아 있는 권력에 가서 얘기하라"고 했다. 자기네가 기획 일을 한다고 하더라. 인쇄 이런 것인데 당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게 도와주라고 했더니 그냥 대충해서 보낸 모양이더라. 그래서인지 그 이후에도 자꾸 괴롭히기에 청와대 가족 담당하는 민정수석실 경찰 출신 김모 행정관에게 연결해 줬다. 그 후 보상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김성곤 = 이 건도 수사를 할 것으로 보나. 

정두언 = 검찰에서 누군가 선을 대서 내게 한 번 연락이 왔다.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게 엮이긴 싫었다. 그리고 아마 MB가 구속되더라도 거기까진 안 갈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지간하면 가족을 같이 구속하지는 않으니. 여기까지만 하자.

정두언 전 의원의 말을 종합하면 2007년 대선 당시 김윤옥 여사가 돈과 관련된 불법적인 일을 했고, 해당 사건은 당락을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경천동지' 할 일이라는 것이다. 정 전 의원은 해당 사건을 "엄청난 실수" "정신 나간 일"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의 표 차이는 500만표에 가깝다. 역대 가장 큰 차이다. 

정 전 의원이 명확한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서 이같은 발언을 이어가는 이유는 MB에 대한 경고다. 그는 1월23일 JTBC 뉴스룸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일단 책임진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니까 대통령(MB)도 책임진다는 모습을 보여야지 부인하고 나서면 국민들한테 모습이 안 좋다" 다스 등 이명박 정부 당시 있었던 의혹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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