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제21차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종일 경제재정 분과 자문위원 간사가 논의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경제·재정 분야 개헌 핵심의제에 대한 집중토론이 벌어졌다. 2017.11.30/뉴스1

(서울=포커스데일리)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 후보들은 앞다퉈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을 공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등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상황에서 개헌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개헌 논의는 여전히 진척이 없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년 지선과 동시 개헌을 반대하면서다. 홍 대표는 취임 후 "지방선거와 붙여서 개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수 차례 내비쳤다. 자신의 공약을 뒤집은 것이다. 

한국당은 그러면서도 개헌특위 연장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9일 의총 직후 "한국당은 개헌특위 연장을 당론으로 정해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강력하게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기와 관련해선 "국회 개헌특위 활동 기간을 연장해서 개헌안 합의가 잘 되면 지방선거 이전에도 개헌할 수 있고, 합의가 늦어지면 지방선거 이후에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은 내용 만큼이나 시기도 중요한데 시기에 대한 답은 내놓지 않고 개헌특위 활동기간만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개헌안 발의를 막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 반대의 배경엔 지방선거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20일 "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겠다던 당초 약속을 지킬 것인지 말 것인지 알려달라고 했더니 (개헌특위 연장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라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개헌일정을 정했기에 개헌특위를 운영한 것인데 개헌을 언제할 지 모르게 만들어 놓고 무작정 개헌특위만 연장하는 것은 결국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개헌일정에 대한 여야의 분명한 합의없는 개헌특위 연장은 시간 낭비, 돈 낭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선 "개헌발의권은 국회에도 있고 대통령한테도 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논의해서 하는 게 가장 좋은데, 그게 정 안되면 대통령이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헌법의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이후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통과되며 국민투표에서 과반수의 투표와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지난 1987년 이후 약 30년 만의 개헌인 만큼, 청와대에서 주도하기 보다 국회에서 논의를 거친 뒤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 대통령 역시 국회에서 논의해주길 당부한 바 있다. 

개헌안이 대통령 발의로 진행되면 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국민의당 역시 대통령 발의에 우호적이지 않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지 못한 채 좌초하게 되는 것. 대선 후보들이 모두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공약했지만, 한국당의 몽니가 개헌을 가로막고 있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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