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6일 오후 청와대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을 통해 '친절한 청와대'라는 이름으로 '낙태죄' 폐지 청원 관련 동영상 답변을 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약 23만명이 동의한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해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 조사를 진행해 현황과 사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를 진전시켜나갈 뜻을 밝혔다. 과거 5년 주기로 진행된 정부의 임신중절 실태조사는 2010년 조사를 마지막으로 중단됐지만 청와대의 결정에 따라 8년 만에 재개된다.(청와대 페이스북) 2017.11.27/뉴스1

(서울=포커스데일리) 청와대가 26일 국민청원에 대한 두 번째 답변을 내놓았다. '낙태죄' 폐지 청원에 관련해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낙태죄 폐지 청원과 관련해 "우리 사회도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영상을 통해 "태아 대 여성, 전면 금지 대 전면 허용 식의 대립구도를 넘어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단계"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수석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둘 중 하나만 택해야 하는 제로섬으로는 논의를 진전시키기 어렵다"며 "둘 다 사회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라고 밝혔다.

조 수석은 "2010년 조사자료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 시술 추정 건수는 16만9000건"이라며 "의료기관에서 행해진 합법적 인공임신중절 시술 건수는 1만800여건이다. 합법적 영역은 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임신중절수술을 줄이려는 당초 목적과 달리 불법 임신중절수술이 빈번히 발생하는 현실"이라며 "처벌강화 위주 정책으로 시술의 음성화를 야기했다. 불법시술 양산 및 고비용 수술비 부담, 해외원정시술, 위험 시술 등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수석은 "보건학자 김승섭 고려대 교수는 2006년 세계보건기구 자료를 인용해 '전세계 2000만명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수술을 받고 6만8000명이 사망한다'고 밝혔다"며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수술 과정에서의 여성의 생명권과 건강권 침해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 수석은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교제 남성과 최종적으로 헤어진 후에 임신을 발견한 경우 △별거 또는 이혼소송 상태에서 법적 남편의 자녀를 임신을 발견한 경우 △실직이나 투병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양육이 완전히 불가능한 상태에서 임신을 발견한 경우 등을 사례로 국가와 남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현재 OECD 35개국 중 본인 요청에 의해서 임신중절이 가능한 국가는 25개"라며 "사회경제적 사유를 허용하는 4개국까지 합치면 80%인 29개국에서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 수석은 "정부는 현행 법·제도 현황과 논점을 다시 살펴보게 됐다.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여성가족비서관실, 국민소통수석실 담당자가 3차례에 걸쳐 쟁점을 검토하고 토론했다"며 "2010년 이후 실시되지 않은 실태조사를 내년부터 재개할 것이다. 정확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수석은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한번 낙태죄 위헌법률심판을 진행 중"이라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공론의 장이 마련되고 사회적·법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 수석은 "정부 차원에서 관련 보완대책도 추진 중"이라며 "청소년 피임교육을 체계화하겠다. 여가부 산하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가능한 지역부터 시범적으로 전문상담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바 있는 비혼모 사회경제적 지원책은 물론 입양문화 활성화 역시 함께 구체화될 계획이다. 

조 수석은 "비혼이든 경제적 취약층이든 모든 부모에게 출산이 기쁨이 되고, 아이에게 축복이 되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국가의 의무와 역할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 네티즌은 지난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린다"며 "원치 않는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나는 아이, 국가 모두에게 비극적인 일"이라며 "국민들이 제대로 된 계획에 의해 임신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게 될 때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더 많은 출산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게시글은 26일 현재 23만5000명이 넘는 이들의 동의를 얻어 조 수석이 직접 답변하게 됐다. 앞서 조 수석과 김수현 사회수석은 지난 9월 29만6000명이 청원한 '소년법 개정'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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