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미수습자를 찾기 위한 선체 수색이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16일 오후 목포신항에 세월호 선체가 옆으로 누워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18일 목포신항을 떠나겠다고 밝혔다.2017.11.16/뉴스1

(서울=포커스데일리) 영어에 '레드 헤링(붉은 청어)'이라는 관용 표현이 있다. 훈제된 청어는 붉은 색을 띠는데 냄새가 매우 지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훈제 청어는 오래 전부터 사냥개를 훈련하는 데 쓰이곤 했다. 논쟁에서 코너에 몰릴 때, 전혀 엉뚱한 주제를 제시해 상대의 주의를 딴 곳으로 돌리는 꼼수를 붉은 청어라고 일컫는 이유다.

자유한국당이 일제히 청어 훈제에 나섰다. 해양수산부의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이 그 땔감이다. 홍준표 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출발점이자 성역인 세월호에 대해 유골 은폐라는 중차대한 범죄를 범했는데 해수부 장관 하나 사퇴해서 그게 무마되겠느냐"며 "정권을 내놓아야 할 범죄"라고 질타했다.

홍 대표는 "세월호 의혹 7시간을 확대재생산해서 집권했는데 유골 은폐 5일이면 그 얼마나 중차대한 범죄냐"면서 "세상 참 불공평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 또한 이날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유족의 가슴을 몇 번이라도 더 아프게 할 이 사건을 방치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용납될 수 없는 문제"라며 "대통령의 사과는 물론이고 해수부 장관의 해임까지도 가야 될 사건"이라고 말했다.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같은 자리에서 "이런 사람들이 집권하고 나서 세월호에 접근하는 자세가 전 정부보다 오히려 더 반인권적이고 반인도적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공식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일련의 발언에서 한국당은 정부의 책임을 엄하게 묻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의 목소리에 진정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국당은 제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출범의 법적 근거를 담은 사회적 참사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1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인 해당 법안은 다음날(24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4·16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세월호 합동 분향소에서 유가족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차를 가로 막으며 항의 하고 있다. 2015.4.16/뉴스1

비단 사회적 참사법 뿐만 아니다. 한국당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이 거론될 때마다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반대해 왔다. 2014년 10월 무릎을 꿇은 유가족을 외면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모습은 상징적이다. 특조위 설치를 규정한 세월호 특별법은 국회 통과부터 공포되기까지 206일이 걸렸다. 어렵게 출범한 특조위 1기는 박근혜 정부에 의해 강제 종료됐다.

이후에도 "특조위는 세금 도둑"(김재원 의원), "세월호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주호영 의원),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아무 것도 안 해도 된다"(정유섭 의원) 등 참사에 대한 한국당의 막말이 이어졌다.

4·16연대가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지목한 특조위 진상규명 방해세력 명단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유기준 당시 해수부 장관,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 김재원 의원 등 한국당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해수부의 유골 은폐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은 마땅한 일이다.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또한 이같은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참사 이후 3년6개월이 지나는 동안 철저하게 진상 규명을 외면해 온 한국당이 "진상 규명"을 명분으로 정부 질타에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 대표와 최경환 의원에 대한 특수활동비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세월호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한국당의 여론 몰이에 유가족의 시선은 냉담하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23일 홍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대해 "참을 인이 3개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내 마음 속 새길 곳이 없을 때까지 어디 한 번 계속 해봐라"고 울분을 표했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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