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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1·32·33대 국정원장 사법처리 위기…정권 보위기관 전락 현주소원세훈·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임 국정원장 차례로 구속 위기…'보은 인사'가 근본적 원인
  • 백준무 기자
  • 승인 2017.11.1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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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민원실. 2014.4.15/뉴스1

"우리 사회는 아직도 국가정보원을 국가안보를 위해 전념하는 프로페셔널한 정보기관으로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을 책임자로 보내 국정 정반에 걸쳐 보좌를 받는 정치권력기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 국정원의 형편이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그 1차적 요인은 역대 대통령들이 대체로 정보기관을 정무적으로 오용했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정권의 보위기관으로 전락한 현실을 정확하게 지적한 이는 다름아닌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다. 이 전 원장은 국정원장 취임 이전인 2013년 2월 '월간조선'에 '국정원의 잃어버린 15년…정보 업무, 정보전문가에게 맡겨야"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 전 원장은 해당 기고에서 "구시대적 잔재를 털어버리고 훌륭한 정보기관이 되는 것은 시대 교체의 당위"라며 "이를 실현하는 1차적 책임은 물론 국정원 스스로의 몫"이라고 역설했다.

정작 이 전 원장 재임 중 국정원은 "프로페셔널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지 못했다. 오히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예산으로 책정된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하는 신세가 됐다. SBS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이 전 원장은 16일 영장실질심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고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16일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이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반면 남재준 전 원장과 이병기 전 원장은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검찰은 14일 이들 세 사람에게 각각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뇌물공여,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원세훈 전 원장은 이미 지난 8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이병호 전 원장 역시 사실상 혐의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30대부터 33대 국정원장 모두 사법처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 국정원장 수난사

30대 국정원장을 지낸 원세훈 전 원장이 재임하는 동안 국정원은 정권의 충실한 사병으로 거듭났다. 원 전 원장은 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임기 내내 정치 공작에 몰두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조사한 15개 사건 중 '유오성씨 간첩 조작 사건', 'NLL 관련 남북 정상 회의록 유출', '18대 대선 댓글조작' 등 7건이 원 전 원장 재임 중에 일어난 일이다.

원 전 원장은 개인 비리부터 정치 개입까지 다양한 혐의로 무려 3번이나 구속됐다. 원 전 원장이 처음 구속된 것은 2013년 7월이다. 원 전 원장은 건설업자로부터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년2개월형을 받았다.

출소한 원 전 원장은 6개월 뒤인 2015년 2월 '댓글 조작' 2심에서 다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된다. 같은 해 10월 보석으로 풀려난 원 전 원장은 2017년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이 사실상 확정된다. 변경사항이 없다면 원 전 원장은 2020년 12월 출소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재준 전 원장부터 이병기, 이병호 원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정원장은 청와대에 정기적으로 총 40억원을 상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국정원장은 이들이 상납한 자금이 국정원의 특수공작사업비로 편성된 예산이라고 밝혔다. 첩보에 투입돼야 하는 비용이 엉뚱한 곳으로 샌 만큼 해당 분야의 업무 성과가 취약해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이병기 전 원장의 경우, 취임 전후로 상납 금액이 1억원으로 두 배나 늘어났다. 이병기 전 원장이 7개월간 짧은 임기를 보내고 비서실장으로 영전했다는 점에서 대가성이 의심된다.

◆ 근본적인 원인은 최측근 앉히는 관행

행정 관료 출신인 원세훈 전 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병역 면제자임을 지적받고 "강원도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안보에 관심을 가졌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가, 여당 소속 의원들에게도 질타를 받았다. 정몽준 의원은 "강원도에서 근무한 사람은 안보의식이 있고, 전라도·경상도에서 근무한 사람은 없다면 말이 안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국정원의 일탈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최측근을 원장에 앉히는 관행이라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 방대한 정보조직을 갖추고 있는 기관 특성상 국정원장은 온갖 첩보와 고급 정보를 총괄한다. 과거 정권에서 국정원장이 정기적으로 대통령과 독대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연유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측근 인사를 국정원장으로 임명해 온전히 장악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 쉽다. '보은'을 입은 국정원장 또한 정권에 과잉충성하게 될 개연성이 높다.

실제로 원세훈·남재준·이병기·이병호 4명의 국정원장 모두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이다. 당사자인 이병호 전 원장조차 앞서 언급한 기고문에서 "국정원장의 인선 기준이 정치적 보은이나 측근이 되는 과거 패턴을 되풀이해서는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며 "정보 업무에 대한 이해를 중요한 인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당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은 저서 '시크릿 파일 국정원'에서 "국정원장 인준청문회를 도입해 국정원장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국정원장은 국회의 동의가 없어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자리의 무게에 비해 청문회가 형식적이라는 지적이다. 

김 전 국장은 "국정원장이 논란이 된 경우는 대부분 대통령 측근을 정보기관장에 임명했을 때 발생했다"면서 "대통령 측근이 아닌 안보 및 정보 전문가를 국정원장에 임명하는 것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 시비를 방지하는 1차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김 전 국장은 국정원장의 임기제 도입 필요성 또한 제기했다. "임기제를 도입해 경우에 따라서는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정보기관장은 초당적 인사로 기용하는 전통을 세울 때 비로소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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