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는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왼쪽)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부터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작년 7월 무렵까지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 국정원 고위 간부들로부터 매월 1억원가량씩, 총 40억원가량의 국정원장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2017.11.2/뉴스1

자유한국당이 2일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이 문제가 되자,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의 모든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투명하게 낱낱이 공개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위는 이날 장제원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모든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용내역 전체를 공개해 국민 검증을 받을 것을 촉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그렇지 않을 경우 국회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에 대한 예산심사와 결산심의를 받는 법적 절차를 마련할 것"이라면서 "이것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국정원 특수활동비 4930억원에 대한 전액 삭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의 이같은 주장은 여당일 때 와는 180도 달라진 것으로, '자승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공개는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해 왔다. 

지난 2015년 8월 더불어민주당은 특수활동비 문제가 불거지자 특활비개선 소위를 구성을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무시했다. 특히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정쟁을 위해 국익을 도외시하고 국가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국정원 등의 특수활동비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그래서 이름도 특수활동비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럼에도 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무시한 매우 가벼운 처사이다. 정쟁을 위해 국익을 도외시하고 국가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 2015년 8월30일 김영우 수석대변인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와 소위원회 구성을 주장하며 국회 본회의를 볼모로 삼고 있는 것이다. 누차 이야기했지만 특수활동비는 정보기관의 수사·작전·정보수집이나 군·검찰·경찰 등의 조직 관리를 위한 경비이다.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위해 기밀유지가 필요한 부분이다.(중략)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관련 기관의 특수활동비 공개를 주장하는 것은 국가기관을 폐지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 2015년 8월31일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수집, 범죄수사 또는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에 직접 필요한 경비를 말한다. 특수활동비의 대부분은 직원급여 등을 포함한 국정원 예산이다. 정보기관의 예산을 비공개로 하는 것은 세계 공통이다" - 2015년 8월31일 김용남 새누리당 대변인

당시 새누리당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당은 "정쟁을 위해 국익을 도외시하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기관을 폐지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 대변인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11.2/뉴스1

검찰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월 1억원씩 약 40억원 가량을 국정원으로부터 상납받아, 총선 직전 여론조사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작업을 진행해 온 '문고리 3인방'의 개인적 착복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종걸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같은 상황을 예견이나 한 듯 "특수활동비는 아시다시피 영수증 없고, 사용처도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사적으로 유용할 가능성도 크다"며 "국민의 혈세를 힘 있는 기관들이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잘못된 관행을 이번에 우리 당이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었다.

그 땐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를 극구 반대하다가, 이제와 "역대 정부의 모든 국정원 특수활동비에 대해 투명하게 낱낱이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나서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당 정치보복특위는 또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 및 각 수석비서관들은 진정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고해성사부터 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DJ정권에서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해 국정원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분명한 것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에는 있었다"며 "제가 청와대에 공보수석으로 들어갔는데, 공보수석 산하 연관기관에서 매월 가져오더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져왔는데 대통령께서 일체 안받았다"며 "대통령께서 '어떠한 경우에도 일체 돈 받지 마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DJ 정부에서도 돈을 상납받았다는 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자기들이 그런 거 선수였으니까 '남도 잘하겠지' 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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