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시·도당위원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7.9.26/뉴스1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가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탈당권유'를 결정하면서 내홍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탄핵 사태 이후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던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한국당의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한국당 윤리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박 전 대통령과 서·최 두 의원에 대해 탈당권유를 의결했다. 최경환 의원은 당장 반발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 출당요구는 유죄를 인정하라는 정치적 폐륜행위이고 배신행위"라는 것이다. 

최 의원은 "저는 이와 같은 부당한 징계 결정에 대해서 절대 승복할 수 없으며 더더욱 당을 떠날 수 없다"며 "정치적 신의를 짓밟고 개인의 권력욕에 사로잡혀 당을 사당화해가는 홍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앞으로 이를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서청원 의원은 22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서 의원실 관계자는 "일단 저희가 많이 참았었다"면서 "당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 때문"이라고 했다. 김진태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탈당권유을 철회하라"고 밝혔고, '친박'으로 변신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 역시 반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92억 뇌물' 관련 80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10.16/뉴스1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권유로 뇌관이 터진 셈이다. 홍준표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탈당권유 직후부터 연이어 페이스북 글을 올리며 여론몰이에 나선 상태다. 친박 의원들의 반발에도 하나하나 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 대표는 최경환 의원을 겨냥해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면서 국회의원을 주머니속 공기돌 같이 다루고 공천전횡으로 박근혜 정권 몰락의 단초를 만든 장본인이 이제 와서 출당에 저항하는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종교처럼 떠받들던 박 전 대통령 탄핵 때 그는 무엇을 했는지, 구속돼 재판 받을 때 구치소 면회라도 한번 갔는지, 국민 상대로 탄핵무효 여론전이라도 주도했는지 한번 물어봅시다"라면서 "혼자 살기 위해 숨어 있다가 이제 와서 혼자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모습은 참으로 측은하기 이를 데 없다"고 했다. 

김문수 전 지사를 향해서도 "박근혜 동정심으로 표를 얻을려고 노력하고 계시는 것을 보고 친박은 알아 주지도 않는데 홀로 무너진 담벼락을 짝사랑 하는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길 없다"며 "자신의 역량으로 정치 마케팅으로 하시라"고 했다. 

홍 대표가 일일이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 사안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 공천의 영향으로 당내엔 여전히 '숨죽인' 친박들이 다수다. 여기서 밀리게 된다면 친박이 다시 결집할 빌미를 주게 된다. 

상황은 홍 대표에게 유리하다. 생각보단 반발하는 의원이 많지가 않고,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바라는 이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 지난 대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홍 대표로 돌아선 친박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당을 홍준표 당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는 셈. 

세 대결의 장은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제명을 위한 의총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을 제명하기 위해서는 의원총회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두 의원의 제명에 성공한다면 홍 대표가 당 장악에 성공한 것이 되는 셈. 반면 반대가 우세하다면 역공의 빌미를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오는 23일부터 미국을 방문한다. 그는 "전술핵 재배치라는 국가지대사를 미국 조야에 알리러 간다"며 "갔다와서 당내 문제는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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