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길주군 및 영변 핵시설 인근 탈북민 증언에 기반한 방사능 피폭 유사증상과의 비교 검토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17.10.9/뉴스1

북한 핵 실험장 인근 지역 출신의 탈북자들이 방사선에 피폭됐을 때와 유사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핵실험으로 인해 풍계리 실험장의 자연붕괴가 추정되는 가운데 현지 주민들의 피폭 여부 또한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북한 핵 시설이 있는 길주와 영변 출신 탈북자 13명과의 인터뷰 자료를 입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 최고위원에 따르면, 통일비전연구회가 지난해 7월 탈북자 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 자료를 확인한 결과 3명은 방사선 과다 피폭 유사 증세를 보였다. 나머지 10명 또한 주변에서 유사 피폭 증세를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탈북한 이모씨는 "가만히 서 있어도 몸에서 땀이 나고 아무리 잘 먹어도 힘이 빠지고 두통 증세가 나타났다"며 "병원에 갔더니 진단을 못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 탈북한 손모씨 또한 "2013년 5월쯤부터 갑자기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됐다"며 "미각도 없어지고 머리도 흐리터분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500~1000mSv의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 근육감소와 피로, 두통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북한을 떠난 김모씨는 "2010년쯤 길주군에 늑막 환자와 급성결핵 환자가 급증했다"고 증언했다. 탈북자 정모씨 역시 "영변 핵 기지 (인근)에서 기형아가 나오는 것을 다 알고 있다"며 "거기 시집 간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 최고위원은 "관련분야 전문가들도 길주군 핵실험장 인근 탈북민들에게서 강력한 방사능 피폭 증상이 의심되므로 주기적 염색체 이상 시험 등 건강검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며 "핵시설 인근에서 탈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국가 차원의 건강검진 등 의료지원 프로그램과 환경오염 모니터링 등의 실시가 절실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 최고위원은 "본 의원도 탈북자의 경우 염색체 이상 조사를 의무화하는 법을 발의할 계획"이라며 "이번 기회에 북핵 실험이 북한 주민들에게 끼치는 결과에 대해서도 한국과 국제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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