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전 서울시청 신청사 브리핑룸에서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회의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17.9.19/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이른바 '박원순 제압문건'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국정원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박원순 제압문건의 정식 명칭은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3년 5월 해당 문건을 입수해 폭로했다.

해당 문건은 2011년 11월 24일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건은 "박 시장이 취임 이후 무상급식 확대·시립대 등록금 대폭 인하 등 좌편향·독선적 시정 운영을 통해 민심을 오도"한다며 "국정 안정을 저해함은 물론 야세 확산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어 면밀한 제어방안 강구 긴요"라고 작성 배경을 밝히고 있다.

문건은 서울 시정의 문제점을 △좌파 편들기 및 세 확산 지원 △과도한 복지정책 남발 △주민·주 지지층 환심 사기 및 정치 지향 행보 치중 등 세 항목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대응 방안을 명시했다.

국정원이 △'좌파 편들기 및 세 확산 지원' 항목에서 문제 삼은 것은 깃발시위대 손해배상금 징수 포기, 좌파 인물 시정 관여, 서울광장 조례 무효소송 취하, '지역공동체' 조성 확대 등 4가지다.

또 △'과도한 복지정책'의 사례로 무상급식 확대 실시, 민관 합동 사회투자기금 조성, 복지 확대 명분 지역 개발 사업예산 대폭 축소를 꼽았다.

△'주민·주 지지층 환심 사기 및 정치 지향 행보 치중'에서는 우면산 산사태 재조사, 시 기간제근로자 정규직 전환, 시 지하철 해고자 복직, 소규모 단위 주택 개보수 사업, 야권 허브 역할 등 정치 행태를 예로 들었다.

문건은 "아직 박 시장의 시정 운영에 대한 명확한 긍·부정적 여론이 형성돼 있지 않아 현 시점에서의 어설픈 견제는 역풍만 초래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명백한 불·편법 행태에 대해서는 즉각 대응하되, 여타 시정 운영은 박 시장에 대한 불만 여론이 어느 정도 형성될 때까지 자료를 축적, 적기에 터뜨려 제압하는 단계적·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은 민간단체는 물론 국가기관까지 동원하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도 설명했다.

문건은 "자유청년·어버이연합 등 범 보수진영 대상 박 시장의 좌로 치우쳐 진 시정을 규탄하는 집회·항의 방문 및 성명전 등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 "저명 교수·논객들을 동원, 언론 사설·칼럼을 통해 시정 전반에 걸친 문제점을 기획 시리즈로 쟁점화" 등을 언급했다. 국정원이 우익 시민단체와 인사를 동원해 박 시장에 대한 조직적인 견제에 나섰음이 드러나는 정황이다.

또 "감사원·행정안전부 감사를 통해 각종 부조리·비리 적출 및 사정 촉구"는 물론 "검·경은 재보선 과정에서 고소·고발된 불법 사안에 대한 철저 수사·처벌과 함께 시정 운영 상 불법행위에 대한 사정활동 강화"가 언급되기도 한다. 국정원의 독자적인 권한만으로 박 시장을 압박하는 데 국가기관을 총동원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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