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5일 오후 대구 중구 동아쇼핑 앞에서 열린 2차 대국민 보고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7.9.15/뉴스1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자유한국당이 전술핵 재배치를 넘어 '독자 핵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15일 "전술핵 재배치를 해달라고 미국에 요구해보고 안되면 핵개발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파키스탄식(式)'이라는 방향까지 제시하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독자 핵개발'이라는 주장의 무게와 달리, 홍 대표의 발언은 거짓으로 점철돼 있다. 홍 대표의 발언을 팩트체크했다. 

① "인도가 핵개발했을 때 파키스탄이 NPT 탈퇴를 선언했다" - 15일 전술핵 배치 대구·경북 국민보고대회

사실과 다르다. 유엔군축실(UNODA)이 공표하고 있는 NPT(핵확산금지조약) 가입국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조약이 처음 마련된 1968년 이래 가입국에 이름을 올린적이 없다. 인도, 이스라엘 등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지난 1985년 12월12일 가입했으나 2003년 1월10일 탈퇴를 선언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다만 NPT는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없다. 

인도가 1974년 핵개발에 성공하자, 파키스탄도 이에 맞서 핵개발을 추진했고 1998년 성공했다. 두 국가는 이전까지 NPT에 가입한 적이 없다. 탈퇴를 선언한 국가는 북한이 유일하다. 홍 대표는 NPT에 가입하지도 않은 나라를 탈퇴시킨 셈이다.

② "양국(인도·파키스탄)이 핵을 쥐고 있으니 영토 분쟁이 지금 없어졌다" - 14일 연세대 사회학과 특강에서

파키스탄이 핵개발에 성공한 것은 지난 1998년의 일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대표적인 분쟁지역인 카슈미르에선 현재까지도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세계분쟁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7월19일 카슈미르 지역에서 인도군의 총격으로 파키스탄 민간인 2명, 군인 1명이 사망했다. 같은달 16일에도 인도군의 총격으로 파키스탄 군인 4명이 사망했다. 

2016년 9월18일엔 파키스탄 무장세력의 피습으로 인도군 18명이 사망했다. 같은달 29일엔 인도가 보복성으로 카슈미르 지역내 테러리스트 은신처를 타격했고, 이 공격으로 파키스탄 군인 2명이 사망했다. 당시 양국 접경지대에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1998년 5월 인도 및 파키스탄의 핵실험 성공 이후 같은해 8월엔 인도와 파키스탄간 대규모 포격전이 있었다. 당시 5만명의 파키스탄인들이 피난을 가야했다. 2000년 10월12일 인도측의 발표에 따르면 18개월간 인도에서만 4만3500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재래식 전력의 격돌이 핵전쟁 위기로 비화할 가능성도 높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와 파키스탄은 최근 몇 개월 동안 서로를 겨냥한 새로운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인도는 파키스탄에 선제 핵공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핵 정책 전환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간 갈등이 고조되자 중국이 2017년 7월 카슈미르 분쟁 해결에 개입 의사를 표명하는 등 국제사회의 우려도 깊어만 가는 상황이다. "영토 분쟁이 없어졌다"는 홍 대표의 발언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③ "우리가 살기 위해서라도 '파키스탄식'의 핵개발 정책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  9일 문재인 정권 '5천만 핵인질·공영방송장악' 국민보고대회

그렇다면 홍준표 대표가 말하는 '파키스탄식' 핵개발이란 무엇일까. 현재 미·중·러·영·프 등 2차세계대전 승전국을 제외하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가는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북한 등이다. 이 중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국제사회로부터 비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실상 미국의 승인을 받은 것이다. 

파키스탄식 핵개발의 요체는 △적대국(인도)에 맞서 △NPT에 가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핵무기를 개발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일이다. 홍 대표가 '파키스탄식' 핵개발을 외치고 있지만 적대국에 맞서 핵개발을 한다는 것 외엔 별다른 공통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적대국에 맞서 핵개발을 한다는 것은 미국과 러시아의 예에서 보듯이 '일반적인' 일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파키스탄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다. 파키스탄은 1998년 핵개발 이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직면했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가 전환점이 됐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을 위해 파키스탄과의 군사적 공조를 유지해야 했고, 이에 따라 경제적 제재를 풀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는 1975년 NPT에 가입했다. 핵개발을 하려면 NPT를 탈퇴해야 하고, NPT에서 탈퇴하는 순간 우리가 맞닥뜨리는 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다. 대외의존도 80%가 넘는 우리나라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북한의 안보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보수야당의 정치인이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적인 핵개발을 주장할 수는 있다. 이같은 주장은 대외협상 등 때에 따라서 국익에 부합할 수도 있다. 다만 제1야당의 대표가 국가의 중대사를 명확한 팩트에 기반하지 않고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부적절한 모습이다.

"NPT 탈퇴가 가져올 경제제재의 파장이나 한미동맹에 미칠 악영향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주장이다. 북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그저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저의로밖에 볼 수 없다. 책임 있는 정치인의 주장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파키스탄도 NPT를 탈퇴했다'는 거짓 주장까지 엮어서 한반도를 핵 치킨게임장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이다. 이렇게 엄청난 주장을 하시려면 기초적인 사실부터 정확히 확인하시길 부탁드린다." -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장원 기자  moon3346@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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