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서하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머리를 매만지고 있다. 2017.9.18/뉴스1

정부와 여당 지도부가 일제히 몸을 낮췄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사법부 새 수장 선임은 정당 간의 이해관계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입장을 표명한 데 이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국민의당에 사과했다. 

추 대표는 18일 "저의 발언으로 행여 마음 상한 분들이 계시다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야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와 협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국민의당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던 '추다르크'의 이례적인 읍소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15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에 사과하면서 김명수 후보자의 임명안 처리를 촉구했다.

정부여당이 총출동해 '김명수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데는 복잡한 셈법이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법부 수장의 공백의 현실화는 부담이다. 나아가 김명수 후보자의 임명 여부가 문재인 정부 핵심과제인 검찰 개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다.

야당은 그동안 낙마자가 발생할 때마다 검증 과정의 부실을 추궁하며 인사라인 핵심 참모의 경질을 요구해왔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김이수 후보자, 박성진 후보자까지 보름만에 3명이 낙마한 데 이어 김명수 후보자까지 임명에 실패하면 정부 입장에서도 더 이상 모르쇠로 일관할 수는 없다. 

인사팀의 교체 또한 고려해야 할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문제는 인사 검증의 책임을 맡은 조국 민정수석이 검찰 개혁의 한 축이라는 것이다. 민정수석은 보통 검찰이나 법조인 출신을 기용하는 것이 관례로 통했다. 교수 출신인 조 수석을 발탁한 파격은 문재인 정부가 그만큼 검찰 개혁 의지를 확고하게 드러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조 수석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검찰 개혁의 첫 작품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을 내놓았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 형식으로 제시됐지만 정부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돼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개혁위원장인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조 수석의 멘토로 알려져 있고, 조 수석 역시 수차례 공수처 설치를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사검증 실패를 이유로 조 수석의 경질론이 불거질 경우, 검찰 개혁 또한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수처 논의가 시작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이지만 검찰의 거센 반발에 번번이 무산됐다.

노무현 정부 역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검찰 개혁에 나섰지만 오히려 검찰의 '역공'을 받았다.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는 물론 불법 대선자금을 수사하며 참여정부를 흔들었다. 결과적으로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은 송 총장을 두고 "검찰 개혁에 가장 저항하는 중심인물을 검찰총장에 앉혔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며 칼 끝이 되레 칼을 쥔 쪽을 향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집권 초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시기를 지나치면 적기를 영영 놓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김명수 살리기'에 나선 것 또한 조 수석의 책임론을 피해야 검찰 개혁 또한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야당이 공수처 설치에 반발하고 있는만큼 향후 입법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푸들로도 충분한데 맹견까지 풀려고 하나"면서 "공수처 법안을 보니 아예 대통령이 사정으로 공포정치를 하려고 작심했나 보다"고 밝혔다. 

야3당 원내대표는 18일 김명수 후보자 인준안 본회의 표결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다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여전히 임명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양승태 현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24일 이전에 표결을 처리할 방침이다. 검찰 개혁의 성패를 가늠할 운명의 일주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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