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2017.5.26/뉴스1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야당에 손길을 내밀었다. 임 비서실장은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와 관련해 "국회의 판단을 존중하고 수용하겠다. 앞으로 국회의 목소리를 더 크게 듣겠다"고 밝혔다.

불과 4일 전 청와대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을 두고 "국민의 기대를 철저하게 배반한 것"이라며 "헌정질서를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야당을 맹공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기류다. 야당의 박 후보자 지명철회 요구를 '자진사퇴' 형식으로 수용하며 청와대가 한발 양보하는 모양새다. 

임 비서실장은 야당의 다른 요구도 일부 받아들였다. "인사추천자문위원회를 구성해서 인사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야당은 그동안 청와대의 인사검증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임 비서실장이 국회에 손을 내밀게 된 데는 지지층 이탈에 대한 위기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1일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11일 김이수 후보자 임명안 부결에 이어 박성진 후보자까지 보름 사이에 벌써 3명이 낙마했다. 

잇따라 인사 잡음이 불거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또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15일 발표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 따르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69%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70% 선이 붕괴된 것이다. 전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3주 연속 하락하며 66.8%로 조사됐다. 

현재로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 또한 난망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당론으로 김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고 있고, 국민의당은 여당 지도부의 사과 없이는 어떤 협의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준안 상정 조차도 불투명하다.

김 후보자 또한 낙마하게 된다면 향후 국정 운영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부터 과감하게 개혁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지지율이 전제됐기 때문이다. 

취임 후 넉달이 지났다.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지지층 안에서도 입장이 갈리는 민감한 현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사드 배치가 대표적이다. 갈 길이 바쁜 시점에 인사 문제로 발목이 잡히면 개혁 드라이브에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 이는 곧 다시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전날 임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이러한 청와대의 인식이 엿보였다. 박수현 대변인은 "취임 100일 이후 정부 정책에 대한 찬반 전선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정책 성과의 창출과 핵심 과제의 선택과 집중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회의 내용을 전했다.

지지층 이탈이 점차 현실이 돼가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움직일 여지는 많지 않다. 임 비서실장의 사과를 전환점으로 당분간 정부는 야당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며 화해 무드를 조성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협치의 최우선 대상은 국민의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해 김명수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이 첫번째 과제다. 안철수 대표 또한 15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부여당의 안이 옳다고 생각하면 저희들은 전적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협치를 원한다면 '협박정치'는 안된다"는 전날의 발언보다 한결 톤이 다운된 언급이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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