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이용호 정책위의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2차 의원총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의총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2017.9.14/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준을 놓고 여야간 기싸움이 치열하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퇴임이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내주 중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헌법재판소장에 이어 대법원장 공백이라는 사태를 맞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전날(13일) 종료됐지만, 인사청문특위는 김 후보자에 대한 '적격' '부적격'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보수야당이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하며, 김명수 후보자 인준의 주도권은 또다시 국민의당이 갖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부결로 인해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상태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14일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법원 장기공백이 가져올 상상하기도 싫은 사법 공백 혼란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여야가 함께 인사청문심사경과보고서 채택 및 인준안 통과로 국민을 더이상 실망시키지 않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또다시 캐스팅보트를 거머쥔 국민의당을 향해 "존재감 과시가 아닌, 여소야대의 근육자랑 말고 주권자인 국민의 희망과 기대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려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보수야당의 경우 반대를 외치며 인사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국 주도권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도 더이상 집착해선 안된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전환과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한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동성애' 문제를 거론하며 김 후보자를 공격했다. 그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국민의 법 상식과 어긋나는 의식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성을 제기한다"며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군대내 동성애를 옹호하고 동성혼을 지지하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헌재소장 부결 사태 당시 김이수 전 후보자에 대한 '동성애' 공격이 효과를 거뒀던 탓이다. 김이수 전 후보자를 반대한 국민의당 의원들 일부에겐 기독교 단체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의원전체회의에서 "과연 삼권분립의 한 축인 대법원장을 맡아서 국민의 신뢰를 낳는 대법원을 이끌어갈 수 있는 분인가에 대해서 전혀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고 많은 문제점을 보였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위 위원장도 맡고 있다. 

국민의당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원래 우리당 입장이 인사 문제는 자율투표에 맡긴다는 것"이라면서 "서로 생각을 충분히 공유한 후 자율판단에 맡기는 것이기에 몇 차례 더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청문보고서에 대해선 "적격과 부적격 의원을 병기해 처리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그러면서 민주당을 압박했다. 헌재소장 부결건과 관련한 추미애 대표의 비판에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최 원내대변인은 "적폐연대? 땡깡? 이에 대해선 당사자의 사과가 없는 한 민주당과 어떤 절차적 협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김명수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위해선 원내교섭단체간 협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야한다. 최 원내대변인은 대법원장 공백사태와 관련해서도 "쉽게 말해 9월25일 이전에 승인을 해줘야 한단 뜻이잖느냐"며 "그런데 그것엔 얽매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namuui@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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