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 페이스북

"이 사건이 10년 후만 돼도 우스꽝스러운 사건으로 치부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재판부는 알고 있다" 1992년 음란물 제작으로 기소된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내리며 송기홍 당시 부장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송 판사의 '예측'은 들어맞았다. 마 전 교수는 2015년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즐거운 사라'가 도서관 같은 데 남아 있으니깐. 지금도 그걸 보고 싱겁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소설 '즐거운 사라'는 한국 사회가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하는지 시험하려는 마 전 교수의 도발이었다.

'문학 검열'은 마 전 교수 이전에도 있었다. 1969년 발간된 염재만의 소설 '반노'가 시초다. '반노'는 진두와 홍아라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다. 정복욕이 강한 아내 홍아가 남편 진두를 노예처럼 부리자, 이를 감당하지 못한 진두가 고향으로 도망친다는 내용이다. 

1969년 검찰은 '반노'의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를 문제 삼아 염씨를 음란문서제조죄로 기소했다. 작가 염씨는 6년 5개월 간의 법정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당시 간행물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 규정 때문에 1976년 해당 대목을 대폭 수정한 채 재발간해야 했다. 무삭제 원본은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1995년에야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소설가 장정일이 1996년에 발표한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 봐' 또한 외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소설은 유부남 조각가와 여고생의 가학적인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검찰은 소설의 출판사 대표를 구속하고, 장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장씨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장씨는 당시 "대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유죄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해도 전혀 기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게 거짓말을 해 봐'는 2000년 장선우 감독의 연출로 영화화됐다. 영화 또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보류 판정을 받는 등 개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1996년 헌법재판소는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 제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21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사전심의제도는 이제 잔재가 됐다. 마 전 교수가 세상을 떠난 오늘날 '즐거운 사라'는 "싱거운" 소설로 읽힐 뿐이다.

백준무 기자  jm.100@i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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